■ 데스크가 만난 사람 - 김태흠 충남지사
Q. 대선 후 충남 道政에 변화 있을까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보수·진보 불문 최우선 과제
조기대선에 공약 차질 빚었지만
약속 지키는 도정 이어가고파
체면과 염치 중요시하던 충남
타 시·도와 경쟁서 항상 손해
재임중 투자유치 기업 232곳
대전과 통합땐 경제력 190조
대학·기업 유치 급물살 탈 듯

인터뷰=김만용 전국부장
2012년 초선 국회의원과 여당 출입기자 관계로 처음 만난 김태흠(62) 충남지사는 성질 좀 죽이라는 소리를 곧잘 들었다. 충청도 사람은 양반 기질이 있어서 하고 싶은 말도 돌려서 한다는데 김 지사는 시종일관 직진이었다. 김 지사를 잘 아는 이들은 남다르게 강한 책임감과 완벽주의 때문이라고 좋게 평가했다. 뒤끝이 없고 야당 의원들과도 허물없이 지내는 면은 정치인으로서 큰 장점이다. 의외로 김 지사는 어린 시절 심하게 말을 더듬는 아이였다. 수줍음도 많이 타는 편이었다. 그랬던 소년 김태흠은 이제 염치와 체면을 중시하는 충청인들을 대신해 시원시원하게 직설화법을 구사하고 ‘힘쎈 충청’을 위해 갖고 싶은 것은 갖고야 말겠다는 집념의 도지사가 됐다. 지난해 말 계엄령 사태와 새해 대통령 탄핵, 이로 인해 치러지는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그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아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난 12일 충남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 지사는 예상과 기대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시종일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상당폭 앞서 나가고 있다.
“이제 막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일반 국민들은 이 후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이라면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하는데 이 후보는 그런 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은 이미 입법부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법부에 대해서도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손에 넣고 있다. 이번 선거로 행정부까지 갖게 되면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독재정권이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 그렇다면 대한민국 미래는 참 암울하고 걱정스럽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고등법원이 이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 환송심을 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제대로 재판이 치러질 수 있을까.
“당연히 물 건너갈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재판을 중지시키는 법을 통과시킬 것이다.”
―이 후보는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그의 말을 신뢰하나.
“그가 말을 뒤바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사람을 평가하려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봐야 한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도 올바르고 합리적인 사람들을 이 후보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다 숙청하지 않았나. 자신의 변호인들은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고, 국회의원들을 호위무사로 만들었다. 이런데도 정치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이 후보의 말을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신뢰할 수 있겠나.”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좋은 대안 정당인가.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다시 표를 달라고 하는 것도 사실 상식적인 일은 아니다. 새로운 보수,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변화의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 중에서도 많은 실망감을 줬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의 행태는 참 낯부끄러운 막장 드라마였다. 당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번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김 후보가 대선에서 이길 방법이 있다고 보나.
“김 후보는 도덕성 측면에서 이 후보보다 월등하게 앞선다. 다만, 도덕성만 보고 대통령을 선출하는 게 아니다.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믿음과 안정감을 줘야 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당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진솔하게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김 후보가 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다.
“당연히 사과해야 했다. 불가피했다.”
―보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여당 일각에선 출당, 탈당 요구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참 어려운 일이다. 같은 식구였는데 그 식구가 큰 사고를 쳤다고 집에서 내쫓는다 해서 가족이 아니냐. 출당이나 탈당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김 후보가 사과한 것처럼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대한 당의 공식적 입장 정리가 우선이다. 좀 더 분명한 선을 그었으면 한다.”
―대선 이후 국민의힘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 설정, 비전제시가 필요하다.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주춧돌 놓고, 기둥 세우고, 서까래 얹는 순서가 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벽에 페인트칠만 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국민이 그걸 모르겠나. 대선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당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인적 쇄신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처자식만 빼고 다 바꾸겠다는 심정이 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영남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정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충청권도 입장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충청 정당 창당을 말하나.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국민의힘이 바뀌지 않는다면 여러 상황이 올 수 있다.”
―조기 대선으로 공약 사업이 흔들리는 것은 아닌가.
“나는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소신으로 정치를 해왔다. 도정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대통령 탄핵에 이은 조기 대선으로 인해 충남의 주요 공약사업들이 일부 차질을 빚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공약에 충청권 발전과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대형 프로젝트를 담아, 정권과 무관하게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여야의 충청권 공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모두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건립하겠다고 한다.
“매우 환영할 일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약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행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누가 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고, 누가 실제로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력과 국정 운영 능력을 갖췄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새 대통령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충청이 바라는 국가균형발전의 길을 걸어주길 바란다. 나 역시 적극 협력할 것이다.”
―‘힘쎈 충남’을 약속해왔다.
“충청도는 좋게 얘기하면 양반 기질이 있고, 염치와 체면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그동안 배고파도 배고프다 못하고, 갖고 싶어도 갖고 싶다 못해서, 다른 시·도와의 경쟁에서 손해를 봐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도정의 체질을 좀 더 역동적이고 파워풀하게 바꿔서 열정적으로 도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힘쎈 충남 대한민국의 힘’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힘쎈 충남’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도정현안을 해결해 충남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의 힘’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선도하는 ‘역사의 주역’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은 것이다. 강한 추진력과 실천력으로 충남과 국가 발전의 길을 열어가는 중이다.”
―민선 8기, 자랑하고 싶은 성과는.
“그동안 도민들께 약속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힘쎈 충남’답게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부한다. 우선 예산을 매년 1조 원 이상 증액시켰다. 기업투자 역시 민선 7기가 4년간 유치한 금액(14조5000억 원)의 배가 넘는 33조4800억 원을 따냈다. 올해 45조 원까지 확보하는 게 목표다. 타 시·도와 샅바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대규모 공모사업들을 받아냈고, 지지부진했던 현안사업들도 대부분 해결해 냈다.”
―충남발 기업투자 뉴스가 많이 늘어나긴 했다.
“그동안 충남은 목 좋은 구멍가게와 같이 가만히 앉아서 오는 손님만 받았다. 민선 8기 ‘힘쎈 충남’은 도지사가 직접 발로 뛰는 세일즈를 한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이 전례 없는 투자성과를 이끌어내며 지역 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 유치 기업은 국내외 232개에 달한다. 내년엔 경제자유구역청도 출범시켜 기업 맞춤형 지원과 글로벌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내겠다.”
―남은 임기 1년, 그리고 민선 9기에서 좀 더 이루고 싶은 목표는.
“임기 마지막 1년은 ‘완성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뿌려놓은 씨앗들을 확실히 꽃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충남은 바뀌고 있고, 그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도민과 함께, 흔들림 없이 끝까지 가겠다.”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은 왜 해야 하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보수와 진보, 여·야를 막론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대전·충남이 통합되면, 인구 360만 명으로 전국 3위, 경제력은 190조 원으로, 덴마크와 같은 유럽의 신흥 산업국가들과 맞먹는 수준이 된다. 이 정도 되면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수도권 대학과 대기업의 이전, 인재양성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역소멸 위기 대응, 초광역 협력, 지역 산업 육성 등 모든 측면에서의 명분과 실익 모두 명확하다. 도민들의 공감대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중요한 건 현재 조기 대선 등 정치권의 분위기이다. 다행히 여·야 대선 주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JP 돕자” 유세장 따라다녀… 아버지 같은 김용환에 ‘정치의 길’ 배워
■ 김태흠을 만든 3인
이완구 삼고초려로 부지사 맡아
김태흠 충남지사가 성공한 정치인이 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배 정치인을 꼽아달라고 하면 그는 주저 없이 김종필 전 총리(JP), 김용환 전 의원, 그리고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꼽는다. 모두 고인이 된 충청의 세 거목은 단계 단계마다 김 지사에게 꿈과 영감, 가르침을 줬다.
김 지사가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처음 꾼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이었지만 첫발을 내디딘 것은 대학생 시절이었다. 그가 대학생이었던 1987년 정계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JP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서슬 퍼런 제5공화국 말미 정권교체의 바람이 무르익던 그때 서울의 대학생 동문들 사이에선 ‘우리가 앞장서 JP를 돕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김 지사는 당시 ‘새시대구국청년단’을 조직해 전국 유세장을 따라다녔다. 그해 9월 부여에서 JP의 공식 정치복귀 선언을 들은 김 지사는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그를 눈여겨보고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고향(보령) 대선배이자 고등학교(공주고) 선배인 김 전 의원이었다. 김 지사는 그를 정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4선 국회의원과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김 전 의원은 보좌관이었던 김 지사에게 지략과 추진력, 치밀함, 사익을 좇지 않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자세 등을 가르쳤다.
김 전 의원이 정치적 아버지였다면 이 전 총리는 큰 형님 같은 사람이었다. 2006년 첫 만남이 있기까지 별다른 인연은 없었다. 미국에서 돌아와 6월 충남지사 선거를 준비하던 이 전 총리는 삼고초려를 실천했다. 세 차례 만남을 호소한 끝에 김 지사를 핵심 측근으로 영입했다. 충남지사가 된 뒤 당시 43세였던 그를 정무부지사로 낙점했다. 김 지사와 이 전 총리는 19대 국회에서 다시 만났다. 이후 이 전 총리가 2021년 10월 지병으로 별세할 때까지 고민과 즐거움을 가장 먼저 나누는 사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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