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 = 윤성호 기자
어김없이 돌아오는 이때면, 각자의 진영 속 목소리들이 또다시 높아진다.
분단의 비극이 남긴 깊은 균열 탓일까.
섞이지 않는 말들은 이 시기만 되면 더욱 거세게 충돌한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을 듯하지만,
그 격렬한 파동도 결국 출렁이다 멈추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듯 조용히 가라앉는다.
누군가에겐 ‘내’ 목소리,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남’의 목소리가
극단을 넘나들며 부딪치고, 그 끝엔 또 다른 이름 하나가 남는다.
되풀이되는 역사 속에서 우리는 묻는다.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까.
제주시 애월읍의 언덕 위, 한 그루 나무가 있다.
기꺼이 자신의 기둥을 내어주며 덩굴식물과 공존하는 모습은
비록 같은 모양이 아니어도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나무를 본다.
버티는 것과 감싸는 것, 다름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말없이 전하는 그 풍경 앞에서
우리는, 뿌리 깊은 갈등을 딛고
함께하는 미래를 조심스레 그려본다.
윤성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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