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스티븐 위트 지음│백우진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엔비디아 젠슨 황 첫 자서전

가정집 2층 사무실에서 시작

미래의 GPU 연산 수요 예상

병렬컴퓨팅 기술 과감히 도전

 

현실 꿰뚫는 결단·실행력으로

시가총액 1위 기업 CEO 등극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모습. 대만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 미국인인 그는 고사양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에서 시작해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을 일궈냈다. AFP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모습. 대만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 미국인인 그는 고사양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에서 시작해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을 일궈냈다. AFP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모습. 대만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 미국인인 그는 고사양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에서 시작해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을 일궈냈다. AFP 연합뉴스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의 창업자, 세계 11위 부호, 그리고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실리콘밸리의 록스타’. 젠슨 황은 이제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에 이어 실리콘밸리의 상징이 된 존재다. 그가 이끄는 엔비디아는 한때 ‘고사양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로만 알려졌지만, 지금은 챗GPT부터 미드저니에 이르기까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 하드웨어를 독점 공급하는, AI 혁명의 심장부다. 산업의 전환 속도와 기업의 성장이 가팔랐던 만큼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엔비디아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모르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은 이 놀라운 전환의 중심에서 33년을 이끈 그의 첫 공식 자서전이자, 3년에 걸쳐 엔비디아의 핵심 관계자 300여 명을 인터뷰해 완성한 AI 시대를 개척한 한 기업가의 분투기다.

대만에서 태어나 태국을 거쳐 미국 켄터키주로 열 살의 나이에 이주한 젠슨 황은 시작부터 두각을 드러낸 인물은 아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평범한 엔지니어로 시작한 그는 1993년 동료들과 함께 회사 이름조차 정하지 않은 채 ‘새로운 벤처(New Venture)’라는 뜻의 약칭 ‘NV’를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훗날 NV에서 연상할 수 있는 ‘질투’를 의미하는 라틴어 ‘인비디아(Invidia)’에서 따온 ‘엔비디아’의 첫 탄생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30세였다. 초기의 엔비디아는 경쟁사 35곳보다 늦게 그래픽 가속기 시장에 뛰어든,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후발주자였다. 가정집 2층 침실을 사무실로 삼았고, 1996년에는 외부 전문가가 “파산 직전의 모든 징후를 보인다”고 말할 만큼 위태로운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업이 ‘병렬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올인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병렬 컴퓨팅은 당시엔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었다. CPU가 하나씩 연산을 처리하는 직렬 구조였다면, 엔비디아의 GPU는 수천 개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젠슨 황은 그래픽보다 훨씬 높은 처리 속도를 요구하는 새로운 산업에 이 기술이 쓰일 수 있음을 직감했고, 경쟁자가 없지만 명확한 고객도 없는 미지의 시장에 과감히 진입했다. 당시만 해도 명확한 수요처조차 없었지만, 그는 스스로 수요를 만들어가며 성능의 한계를 계속 확장해 나갔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AI 모델은 병렬 GPU 없이는 성능을 구현할 수 없었다. 젠슨 황은 누구보다 먼저 이 흐름을 읽고 “우리는 더 이상 그래픽 회사가 아니다”라며 전 직원에게 AI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엔비디아의 한 직원에 따르면 금요일 저녁 젠슨의 결정이 떨어지자 엔비디아는 월요일 아침부터 AI 회사가 되어 있었다. 이후 엔비디아는 AI 학습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주가는 상장 당시보다 3000배 이상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이제 “AI 전쟁에서 유일한 무기를 파는 회사”로 불린다.

흥미로운 것은 젠슨 황의 접근 방식이다. 그는 일론 머스크처럼 원대한 비전을 먼저 제시하고 기술을 역산해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AI 기술에 대한 대중의 우려에 대해 그는 “핫도그를 사면 기계가 케첩을 추천해주는 정도”라며 유쾌하게 넘길 정도로 AI의 철학적 미래보다 그것이 무엇을 가능케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시장이 생겨날지를 실용적으로 꿰뚫는 데 집중했다. 오히려 현재의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학습했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기반으로 한 발씩 내디딘다. 그리고 기술의 끝에 도달했을 때야 그는 직관의 영역으로 나아갔다. 오랜 동료들은 이것을 집중을 넘어선 ‘공명’ 능력이라 표현한다.

젠슨 황은 천재적인 이론가라기보다는 현실을 꿰뚫는 결단력과 조직을 움직이는 실행력의 상징이다. 산업의 격변기 속에서, 비전 하나로 회사를 그리고 세계를 바꾼 리더의 초상을 통해, 우리는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오래된 문장이 여전히 유효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496쪽, 2만8000원.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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