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의 시간

레베카 스트러더스 지음│김희정 옮김│생각의힘

최근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손목에 애플워치를 차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전통과 권위를 상징하는 교황에게 ‘최첨단’ 애플워치라니,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스마트 워치를 비롯한 손목시계가 보편화됐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남성들은 손목시계가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배척했다.

이 책은 그런 시계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시계와 함께 탄생한 시간이라는 개념, 시계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이를 충족하려 했던 시계 기술자들의 노력에 대한 일화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에 영국 역사상 최초로 시계학 박사 학위를 딴 시계 제작자인 저자의 경험도 함께 녹여냈다.

인류 최초의 시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장 유력한 물건은 남아공의 동굴에서 발견된 ‘비비의 종아리뼈’. 29개의 홈과 30개의 칸이 새겨진 걸 보면, 당대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한 달’을 보냈던 것 같다. 이후 해시계, 물시계 등 초기 형태의 시계를 지나 르네상스 시기 유럽에서 마침내 기계식 시계가 탄생했다. 현대 시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토마스 머지의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등은 현대의 손목시계에도 살아 있다. 이스케이프먼트는 시곗바늘을 일정한 속도로 움직여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제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시계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롤렉스’라는 브랜드가 엄청난 고가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테다. 그렇다면 롤렉스는 언제부터 명품이 됐을까. 그 배경은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의 천재적인 마케팅 기법에 있다. 그는 시계 업계에서 최초로 스포츠인 등 유명인을 활용해 시계를 홍보하고 ‘매스티지’(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을 겨냥한 제품) 시계를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책에 따르면 이 작은 원형의 세계 안에 방대한 인류의 역사가 녹아 있다. 나아가 저자는 궁금해한다. 당신의 손목 위에 놓인 시계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400쪽, 2만2000원.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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