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탐해방

저드슨 브루어 지음 | 김보은 옮김 | 푸른숲

‘먹짱’ ‘쩝쩝박사’ ‘먹부심’… 대식가의 면모는 각종 호칭과 함께 방송에서 긍정적으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사람들은 기분이 좋은 날 또는 슬픈 날을 기념해 더욱 행복감을 끌어올리고 위로가 되어줄 음식을 양껏 먹는다.

배불리 먹는 이유는 열심히 빼기 위해서일까. 한쪽에선 ‘혈당 다이어트’ ‘저속 노화’ 등 다이어트 콘텐츠가 주목받고, 유명인부터 일반인까지 본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인 ‘위고비’ ‘삭센다’를 처방받는 열풍이 번진다. 이중으로 돈을 쓸 뿐만 아니라, 우리의 뇌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하다.

정신과 교수이자 중독심리학 분야 최고 권위 연구자인 저드슨 브루어의 신간 ‘식탐 해방’에서 “자신이 충동적으로 먹는 이유를 알고 싶으면 각자가 자기 삶에서 맞닥뜨리는 ‘전투’를 탐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지 스스로 찾고, 확인하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브루어 교수에 따르면 인간 뇌의 전전두엽피질은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치면서 두 가지 강화 학습을 거쳐왔다. 어떤 음식을 먹었더니 생존에 유리해지는지를 학습하는 ‘정적 강화’와 적에 의해 스스로가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학습하는 ‘부적 강화’다. 이 중 ‘부적 강화’는 현대인에 이르러 ‘감정 폭식’을 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사실 동물의 한 종으로서 인간은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때 몸에서 먹기를 멈추도록 진화됐다. 최대한 가볍고 날렵하게 유지해 적의 공격에 재빠르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로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맹수의 공격 앞에 선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인간관계나 돈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받는 것이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 도망가기’ 대신 무언가 다른 대처를 취해야만 한다. 이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먹는 행위’로 나아간 것이다.

브루어 교수는 그렇게 불쾌한 감정을 달래려고 음식을 먹는 습관을 들이면 영원한 굴레에 갇히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뿐만 아니라 매 끼니를 칼로리를 계산하며 먹거나, 애플워치 등 몸에 부착하는 추적기로 혈당 등을 관리하는 것 또한 ‘통제’라는 또 다른 유해한 집착을 낳을 뿐이라고 꼬집는다. 브루어 교수는 “외부 보상 체계와 통제력이라는 환상은 우리의 시선을 몸에서 분리할 뿐”이라며 “우리는 정말로 즐거움이 어디서 오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396쪽, 1만9800원.

이민경 기자
이민경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