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기 특허청장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이 시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은 단연 수국(水菊)이다. 작고 앙증맞은 꽃들이 모여 탐스러운 꽃송이를 이루는 수국은, 같은 품종이라도 자라는 토양의 산도나 알루미늄 이온 농도에 따라 푸른색, 분홍색, 보랏빛 등 서로 다른 색을 띤다. 같은 품종이라 할지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수국처럼, 발명 또한 시대의 흐름과 산업의 수요, 그리고 사회적 배경에 따라 저마다의 형태와 색채로 진화해 왔다.
우리의 발명이 시대와 산업의 변화에 따라 모습이 달라져 왔듯,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 역시 점차 변화해 왔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1946년 미 군정 시기의 ‘특허령’을 시작으로, 1961년에는 특허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디자인법으로 나뉜 산업재산권 법체계를 정비하며 본격적인 특허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는 전 세계에 통할 기술 수준의 제약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의 창출보다는 기존 기술을 응용하거나 개선하는 실용신안 중심의 발명이 활발했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실용신안 출원이 특허보다 2∼3배 더 많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동차·전자·중공업 등 분야에서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커지면서 고부가가치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특허 중심의 체계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이는 우리 산업 전반의 질적 도약을 이끄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연간 20만 건이 넘는 특허가 출원되는 세계 4대 특허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1948년 제1호 특허 등록 이후 100만 건까지는 62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단 9년 만에 200만 건을 돌파하는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이러한 성취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우리나라가 기술 수입국에서 기술 주도국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많은 특허’보다 ‘돈 버는 특허’, 즉 ‘명품 특허’가 더욱 중요하다. 명품 특허란 단지 권리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며, 수출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 특허를 의미한다. 비옥한 토양에서 건강하게 자란 수국이 한층 더 아름다운 색을 내듯, 명품 특허 또한 잘 갖춰진 환경 속에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실은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명품 특허가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든든한 토양이 되고자 한다. 신속하고 정밀한 심사 시스템을 통해 우수 기술이 조기에 정당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 규모와 산업 특성에 맞춘 맞춤형 출원 지원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발명 교육과 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지식재산 컨설팅 및 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려 한다. 나아가 해외 특허 출원 지원과 국제 분쟁 대응 역량도 강화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올해는 발명의 날(5월 19일)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피어난 수많은 발명을 떠올려 보면, 마치 다양한 토양에서 저마다의 색을 띠고 피어난 수국처럼 다채롭고 소중한 결실들이었다. 특허청은 그 발명들이 온전히 꽃피울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고 환경을 조성하는 밑거름이 돼 왔다. 앞으로도 명품 특허가 우리 산업과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내리고, 대한민국이 혁신의 꽃으로 세계를 물들이는 그날까지 특허청은 쉼 없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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