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서울소년원 교사

 

“대부분 취약가정서 자란 탓

조금 관심줘도 너무 좋아해

 

소년원 퇴원 뒤에도 연락 와

이젠 희망 생겼다며 감사인사

모두들 원하는 꿈 이뤘으면”

지난 14일 경기 의왕시 고봉중·고등학교에서 김정은 교사가 보호소년들을 대상으로 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 의왕시 고봉중·고등학교에서 김정은 교사가 보호소년들을 대상으로 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사진=김린아 기자

“야이야~야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지난 14일 경기 의왕시의 한 교실에서 남학생들의 합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활복, 양말, 슬리퍼까지 똑같은 차림의 학생들 옷자락 사이에 드문드문 문신이 보였다. 처음엔 다소 어색했지만, 노래가 이어지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학생들이 점점 눈에 띄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이는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김정은(41) 교사다. 기자가 참관한 중등부 수업에서 김 교사는 기형도 시인의 시 ‘엄마 걱정’에 이어 가수 god의 ‘어머님께’를 함께 부르며 가족에 대한 감정을 나눴다. 소년원에 부임한 지도 어느덧 7년째. 김 교사는 지난 2019년 8월 일반 학교를 자발적으로 떠나 이곳으로 왔다.

김 교사는 소년원에 부임하기 전 서울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으며 입시 지도에 매달렸다. 당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을 도울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소년원에는 그런 아이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교사가 법무부 교과 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된 배경이다.

막상 소년원 근무를 앞두고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부임 첫날, 아이들이 먼저 “선생님!” 하며 밝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금세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그는 “이곳 아이들 대부분 편부모 가정이나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자라 가정과 사회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인지 조금만 관심을 가져 줘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 학생들은 여교사를 ‘어머니’, 남교사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김 교사는 “여기서 사랑과 교육을 충분히 받아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가길 바라는 게 모든 교사의 바람”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 교사는 “좋은 수업을 할수록 아이들이 훨씬 빠르게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서울소년원에선 교사들뿐 아니라 윤태영(58) 원장까지 직접 수업 교사로 나서고, 매주 1대 1 학생 면담을 진행하는 등 밀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사는 “처음 부임했을 때는 수능을 치는 아이들이 5명도 안 됐는데, 이젠 10명 언저리에 달한다”며 “아이들 특성에 맞는 교육을 고민한 끝에 이뤄낸 성과”라고 뿌듯해했다.

소년원을 퇴원한 뒤에도 학생들은 김 교사에게 먼저 연락을 해 온다고 한다. SNS나 연락처를 수소문해 “선생님 덕분에 꿈을 가지게 됐어요”라고 고마움을 전하거나, 진로와 공부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김 교사는 “사회에 나가 적응이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에게는 ‘힘들더라도 꼭 규율을 지키고 살아야 네 꿈을 펼칠 수 있다’고 타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2022·2024년 두 차례 서울소년원장 표창을 받은 김 교사는 “상보다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평생 소년원 교사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린아 기자
김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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