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정치부 차장
‘사법살인’과 ‘내란 시도’.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피고인 스스로 내린 평가다. 이 후보는 6일 충북 증평군 유세에서 “계속되고 있는 2차, 3차 내란 시도도, 아니 내란 그 자체도 국민의 위대한 손길에 의해서 정확하게 진압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조봉암, 농지 개혁으로 대한민국의 새 경제 체제를 만든 훌륭한 정치인이 사법살인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왜 한 일도 없이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나”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보기에 현 사법부는 ‘정상’이 아니다. 9일 경북 김천시 유세에서는 “최후의 보루가 자폭을 한다든지, 우리를 향해 난사하면 어떻게 되겠나. 고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 개혁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정기승 대법원판사(대법관)를 대법원장으로 지명하자 야권과 법조계 등에서 4·5공화국 시절 독재에 협력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당시 사법연수원에서 임명 반대 연판장을 주도했다. 이 후보는 없는 죄를 만들어 내란을 획책한 지금의 대법원과 군사 정권에 부역한 사법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이 장악한 사법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개혁하는 것은 제2차 사법파동에 동참한 것과 마찬가지인,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이 후보는 인식할 것이다.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부르고, 특별검사를 임명해 판결을 수사하는 것은 사법부를 부당하게 압박하는 게 아니라 ‘사법부 바로 세우기’가 된다.
더욱이 이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대법원 상고심 전 이 후보의 최대 정치적 위기는 2023년 9월 열렸던 체포동의안 표결이었다. 이 후보는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뒤집고 단식하며 부결을 호소했지만, 민주당에서 이탈자가 발생해 동의안은 가결됐다. 만약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면 대통령의 꿈도 함께 꺾일 뻔했다. 이 후보는 이듬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을 통해 제대로 되갚았다. 이 후보는 사석에서 당내 반대파가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려고 일부러 체포동의안에 반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유튜브 ‘매불쇼’에서 ‘검찰 내통’ 발언을 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평소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결과다.
이 후보는 수차례 정치 보복이 없다고 공언하면서도 분명하게 단서를 달았다. 내란 행위에는 책임을 묻겠다는 거다. 중요한 점은, 이 후보가 내란 행위 여부를 판단한다는 데 있다. 상고심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사법부도 내란과 무관한 ‘정상적인’ 국가 기관이었다. 대법원이 선고 일자를 잡자 무죄가 확정될 것이라고 예상한 민주당의 분위기는 환영 일색이었다. 박지원 의원은 “정통한 소식통에게서 들었다”며 무죄를 예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처럼 언제든지 누구라도 내란 행위자, 내란 동참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 7년 전 적폐몰이가 세상을 한바탕 휩쓴 것처럼 이번에는 내란 청산을 내세운 광풍이 휘몰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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