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두 번이나 무산됐던 상법개정안이 이번 대선에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재추진해 도입하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충분하다며 반대하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첨예하게 맞선다. 이 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소액 주주 보호가 명분이지만, 경영권 침해·소송 남발 등을 우려하며 경제계는 극력 반대한다.

이 법안의 배후에 행동주의 펀드 전문가들이 있다는 보도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대표적이다. 의장인 이남우 전 미국 메릴린치 서울지점 공동대표를 비롯,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민주당과 깊게 연계돼 있다. 이 포럼은 조기 대선에 맞춰 7가지 제언을 했는데, 이 중 상법개정안·자사주 소각 등 5개나 대선 공약에 반영됐다. 지난 15일 이 단체의 세미나에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던 이용우 전 민주당 의원이 주제발표를 맡은 것은 상징적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에 배당 확대·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경영권 침해 우려까지 산다. 일본에선 이들 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이 2024년 97개로 늘었고, 이들에 시달려 자진해서 상장 폐지한 업체가 37곳으로 사상 최대였다.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이 고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을 확대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투자 여력을 줄여 미래 성장을 해치는 역효과가 불가피하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는 지난달 국회 강연에서 대기업의 전횡도 문제지만, 주주 환원율이 미국처럼 90% 정도로 높아져, 제조업체 등이 현금인출기가 되는 순간 우리나라는 끝난다고 경고했다. 대선 후 기업의 단물만 빠는 행동주의 펀드·헤지펀드들이 활개를 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주요 후보들은 경제 강국과 성장을 강조한다. 기본 전제는 기업의 지속 성장이다. 기업을 먹잇감으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