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성숙도와 지도자의 수준을 보여줘야 할 대통령 선거전에 ‘판결 불복’만 판치는 양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법원 흔들기를 계속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 공격에 나섰다.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승복(承服)은 아예 무시되고 있다. 불리한 판결도 일단은 인정해야 헌정체제 안정과 사회 통합이 보장된다. 정치 득실만 따져 불복 선동에 나선 후보들이 어떻게 국민에게 공정 경쟁과 법 존중의 시민의식을 요청할 수 있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 후보는 15일 유세에서 “최후 보루가 사법부이고, 최고 책임이 대법원”이라며 “깨끗한 손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사법부) 개혁은 당에서 적절히 잘할 것”이라고 ‘보복’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전날에도 “다 찾아내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입법 폭주는 독재국가를 방불케 한다. 유죄 판결을 ‘셀프 면소’하는 법, 유리한 판결이 나오게 하는 대법관 증원·‘4심제’ 도입법, 대법원장 특검법 등이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이재명 재판’ 중지법도 본회의 처리만 남았다. 내부에서도 “자제를 바란다”(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는 말이 나오지만, 접을 기세가 아니다.

김 후보는 이날 규탄 대회를 열어 “범죄자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법 고치는 일이 있었는가”라고 이 후보를 비난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데 대해선 “만장일치는 공산국가에서 일어난다”며 “헌재는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사실상 불복 선언이다. 그 논리로 탈당 요구마저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고 떠넘기니,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한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승복은 정치인 리더십 평가의 중요한 지표다. 오는 18일 오후 8시 대선 후보자 4명간 첫 TV토론(경제 분야)이 벌어진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누가 민주주의와 법치에 더 부합한 리더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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