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선·그리어 첫 공식회담
中 제외한 조선파트너 한국 유일
USTR, 고위급협의전 전격 면담
현지조선소 설립 등 폭넓게 논의
존스법 개정땐 韓에 초대형 기회

손잡은 한·미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고위급 통상 실무협의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국내 기업에 먼저 면담을 요청한 건 미국의 ‘해양 패권’ 회복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을 제외한 조선업 강국 중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국가로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자리는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같은 달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한국 측이 조선 분야 협력을 위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실무 차원으로 넘어온 이번 비공개 면담에서 미 상선·함정 제조, 유지·보수·정비(MRO) 확대, 미국 현지 조선소 설립뿐 아니라 미국 내 선박 관련 규제 개정 등 핵심 쟁점들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 세계 선박 누적 수주량 점유율은 1위 중국(682만CGT·54%)에 이어 한국(280만CGT·22%), 일본(60만CGT·5%) 순이었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 않고 선가도 낮은 탱커·벌커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LNG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LNG선 등 고부가선박 분야에서는 한국의 경쟁력이 월등하다.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LNG선의 57.2%를 수주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중국(42.8%)이었고 일본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비단 LNG선뿐 아니라 함선과 MRO, 미래 친환경·자율운항, 스마트 조선소 등 조선업 전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다.
중국의 조선·해양 분야 영향력 견제와 함께 무너진 자국 조선업 인프라를 재건해야 하는 미국은 동맹국 중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보고 있다. 이에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이번 면담에서 미국의 협업 요구를 확인하는 동시에 역으로 다양한 미국 사업 확대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발(發) 선박을 수주하기 위한 선결 과제인 미국 내 선박 규제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미국은 1920년 제정된 ‘존스법’에 의해 자국 안에서 건조된 선박에 한해 국내 운용을 허용하고 있어 한국에 선박을 발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존스법 개정과 함께 동맹국에 상선과 함정 건조 등을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선박법’, ‘해군 및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 기업에 이례적으로 먼저 면담 요청을 한 건 그만큼 조선 분야에서 한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이라며 “만약 미국 선박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한국 조선업에는 초대형 신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지난달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시라’호 MRO 사업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인도했고, 미국 필리조선소도 인수했다.
한국 측은 정부 간 실무협의에서도 조선업 분야 협업을 강조할 전망이다. 미국 측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현지 조선소를 국내 업계가 추가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방안도 선택지 안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근홍 기자, 박준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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