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윤성미(오른쪽)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  오충종 산업부 다자통상법무관이 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APEC 통상장관회의 공동 선언문 채택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인교(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윤성미(오른쪽)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 오충종 산업부 다자통상법무관이 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APEC 통상장관회의 공동 선언문 채택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성명 채택 실무작업 초기부터 이견 드러나

정인교 본부장 “글로벌 통상질서에 시각차”

미·중 이견 내용 제외, 공동성명 최종 합의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의 와중에 미·중 간 이견 속에도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들은 만장일치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APEC 통상장관들은 각국이 다자무역체제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제주에서 개최된 이번 회의에서 APEC 통상장관들의 극적 합의 끝에 공동성명서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측에 따르면 이번 공동성명서 실무작업이 시작된 지난 8일부터 성명 내용에 관해 각국의 입장 차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본부장은 회의 폐막 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부터 입장 차이가 컷던 큰 분야가 끝까지 쟁점으로 남아있었다”며 “현재 글로벌 통상질서를 보는 시각에 대한 입장차였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특정국가를 거론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미·중 간의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회의 첫째날인 지난 15일 저녁까지도 중국 측은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과 함께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각종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 측은 이런 내용이 공동성명서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 결국 최종 공동성명에는 ‘다자주의 강조’나 ‘보호주의 반대’ 등의 내용이 빠졌다. 한때 회의장 안팎에서는 미중 간 견해차 때문에 공동성명 대신 의장성명이 발표될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미·중 양측이 이견을 보인 내용을 제외한 채 최종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이다.

다만 산업부는 “실무 협상 초기 단계에는 서로의 입장 차이가 극명했지만, 의장국의 리더십 하에 주요 회원들이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해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을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한 APEC 협력 방향에 대한 공동의 언어를 찾고, 컨센서스를 극적으로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최종 채택된 공동성명은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과 WTO의 개혁 방향에 방점을 뒀다. APEC 회원들은 무역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법적 토대를 제공해온 WTO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와 함께 WTO 기능 전반에 대한 의미 있고, 필수적이며,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에 관해 내년 3월 예정된 제14차 WTO 각료회의(MC-14)까지 관련 논의가 지속될 예정이다.

또 의장국인 한국은 ‘인공지능(AI) 통상(AI for Trade) 이니셔티브’를 제안해 회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관세·통관 행정에서의 AI 도입 확대, 각국의 상이한 AI 제도에 대한 민간의 이해도 제고, AI 표준 및 기술에 대한 자발적인 정보 교환 등이 이니셔티브의 3대 추진 과제로 제안돼 합의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지속가능한 무역을 통해 번영을 이루기 위한 공급망의 중요성에도 공감하기도 했다.

회의를 주재한 정 본부장은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어 금번 통상장관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의장인 저를 비롯해 20개 회원 통상장관들과 100여명의 공동선언문 협상팀에게 큰 도전이었다”며 “이번 회의에서 이루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에 개최될 외교통상각료회의 및 정상회의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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