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도·보수 지지층 이탈 조짐에 탈당 결심

일각“김문수 후보가 직접 요청했을수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국민의힘을 전격 탈당했다. 2021년 7월 30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해 입당한 지 3년 9개월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며 “길지 않은 정치 인생을 함께 하고 저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존속될 것이냐, 붕괴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이라면서 “제가 대선 승리를 김문수 후보 본인 못지 않게 열망하는 것도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어 “저는 비록 당을 떠나지만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원들의 단결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동지 여러분께서는 자유 대한민국과 국민의힘을 더욱 뜨겁게 끌어안아 주시기 바란다”면서 “국민의힘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달라.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선언은 중도층 공략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일부 국민의힘 인사들의 주장이 불거진 뒤 나왔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지난 15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측근들을 통해 “국민의힘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탈당을 포함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왔다. 그러면서도 탈당 결정을 위해선 김 후보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신의 거취를 김 후보에게 떠넘기고 있다”, “탈당을 사실상 거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도 이 문제를 놓고 연일 충돌했다.

윤 전 대통령의 전격 탈당은 중도층은 물론 보수 지지층까지 이탈하는 김문수 후보의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30%안팎의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지지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까지 거론돼 왔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보수 지지층이 아직 제대로 결집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출당’이 오히려 지지층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의 부담을 덜기 위해 먼저 자진 탈당을 발표했을 가능성이 있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선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윤 전 대통령의 진심”이라며 “이재명 후보 패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윤 전 대통령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18일 첫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앞두고 결집하지 못하는 보수층에게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자진 탈당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선대위나 당 관계자들이 나서서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 인사들은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측과 긴밀히 소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희 기자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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