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전문경영인 자율성 최대 보장

수천억 투자까지 사후 보고받아

 

대주주 1주 = 일반주주 1주

포괄적 교환으로 기업가치 제고

주주수익률 78% ‘밸류업 성과’

 

‘자사주 매입·소각’ 통 큰 결단

금융권 넘어 기업들 트렌드로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본인의 지분 감소를 감수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단행하고, 적성·희망과 무관한 경영 승계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원 메리츠’를 완성해 메리츠금융그룹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 제공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본인의 지분 감소를 감수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단행하고, 적성·희망과 무관한 경영 승계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원 메리츠’를 완성해 메리츠금융그룹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 제공

“메리츠는 장기간 높은 수익률과 경영진에 대한 신뢰로 장기투자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메리츠금융그룹 CEO인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 2월 2024년 경영실적을 발표한 뒤 개최된 콘퍼런스콜에서 목표로 하는 기업의 모습이 있는지를 묻자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꼽았다.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주환원과 자본활용의 바이블과 같은 기업이다.

실제, 메리츠금융은 ‘한국판 버크셔 해서웨이’를 목표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중심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과 함께 일반주주와의 소통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다른 기업들과 달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때에는 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직접 나서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등 남다른 소통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인재를 최우선으로 하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 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있다.

◇‘권한 위임·경영 전문화’ 조 회장의 인재경영 = 19일 메리츠금융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 아래 회사 성장을 최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되는 우수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했다. 구체적인 경영활동에 간섭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이 맘껏 회사를 일궈나갈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했다. 계열사별로도 CEO가 사업을 전부 책임지고 진행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현업에서 긴급한 의사결정이 필요해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까지 사후 보고로 진행됐다는 일화는 메리츠금융 경영 전문화와 권한 이양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

이런 책임제가 가능한 것은 실적이나 성과로 입증만 한다면 임기를 안정적으로 보장,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메리츠만의 기업 문화가 뒷받침돼 있다.

◇‘대주주 1주=소액주주 1주’, “승계 없다” 통 큰 결단 = 2022년 메리츠금융그룹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두 회사 주주를 상대로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자회사의 주식을 전부 지주회사로 이전하고 자회사 주주들에게 지주회사의 신주를 배정해주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려면 자본시장법 417조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금융위는 2023년 초 이를 승인했다.

메리츠금융의 포괄적 주식교환은 조 회장의 통 큰 결단에서 시작됐다. 대주주 개인보다는 기업가치 제고를 우선시한 조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지분 감소를 감수한 것이다. 조 회장은 당시 “지분율이 내려가도 좋다.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으니 경영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라며 경영진에게 먼저 ‘원 메리츠’로의 전환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고 나면 조 회장의 지분율이 79%에서 47%(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현재는 51.25%)로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조 회장은 평소 국내 기업들의 승계를 보면서 대주주 자녀가 적성이나 본인 희망과 무관하게 회사를 물려받는 것은 자녀에게도, 기업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의 이런 과감한 결단은 ‘대주주의 1주와 일반주주의 1주는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평소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게 메리츠금융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도 ‘원 메리츠’ 전환은 대주주나 개인투자자 모두 한 주의 주식에서 같은 이득을 누려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조 회장이 몸소 실천한 결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정호(오른쪽) 회장이 2011년 3월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타워에서 열린 메리츠금융그룹 출범식에서 원명수(왼쪽) 당시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정호(오른쪽) 회장이 2011년 3월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타워에서 열린 메리츠금융그룹 출범식에서 원명수(왼쪽) 당시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2023년 ‘제2회 한국기업거버넌스 대상’에서 경제부문 대상 수상자로 조 회장을 선정했다. 이때 조 회장은 수상 소감을 통해 “승계는 없다”며 “대주주의 1주와 개인 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함께 웃어야 오래 웃는다. 우리의 모든 주주환원 행보의 기저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조 회장 선정 이유에 대해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된 이후 우수한 전문 경영진에게 전권을 일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모범사례를 보였다”며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이중 상장된 자회사들을 지주회사의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는 기업분할과 이중상장, 삼중상장이 만연한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보기 힘든 모범사례였다”고 평가했다.

◇‘주주 수익률 80%’, 밸류업 성과 내는 ‘원 메리츠 전략’= 조 회장의 이런 ‘원 메리츠 전략’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원 메리츠’ 전환 발표 이후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 정책과 결과는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핵심 평가지표인 ‘총주주수익률(TSR)’은 경쟁사와 비교를 불허할 만큼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의 TSR은 78.3%로 집계됐다. TSR은 주가 수익률과 배당소득을 포함한 개념으로, 일정 기간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총 수익률을 뜻한다. 메리츠금융에 100원을 투자했으면 8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메리츠금융이 본격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2023년 이후 누적 TSR은 194.4%에 달한다. 메리츠금융은 TSR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투자 수익률과 자사주 매입 수익률, 현금배당 수익률을 비교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적인 자본배치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본배치 메커니즘에 따라 내부투자 수익률과 주주환원(자사주 매입·소각+배당)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2023∼2025 회계연도 동안은 연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하기로 결정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실제,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율은 2023년 51.2%, 지난해에는 53.1%를 기록하면서 주주들에게 약속한 50% 이상 목표를 지켜나가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도 펼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신탁계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과 9월 각각 5000억 원씩 매입했던 자기주식 1조 원을 올해 1분기 전량 소각하고, 자사주 5500억 원을 추가로 매입했다. 메리츠식 주주환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시장의 관심을 받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와 기업의 관점 자체가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금융사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까지 발표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이처럼 메리츠금융그룹가 외형을 확대하며 금융시장 내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었던 중심에는 조 회장과 경영철학이 있다. 조 회장은 평소에도 “메리츠는 사람과 문화가 전부인 회사”라며 “기업의 크기는 자본의 크기가 아닌, 회사 구성원들의 생각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고 경영진들에게 강조한다. 무엇보다 조 회장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주도적 사고와 행동력을 지닌’ 인재 영입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신념을 따르고 있다. 그동안 메리츠금융이 이뤄온 성장은 이 같은 메리츠식 보상에 기반하며, 이는 조 회장의 철학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병남 기자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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