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 조정호 회장의 인재 욕심
삼고초려로 설득시킨 최희문
13년간 메리츠증권 키 잡아
삼성 출신 김용범도 조직 핵심

금융권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의 비약적 성장 비결을 조정호 회장의 ‘용인술(用人術)’에서 찾는다. 10년 넘게 최희문(왼쪽 사진)·김용범(오른쪽) ‘투톱’ 부회장이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미국 월스트리트 출신으로, 구조화 금융의 달인으로 불린 최희문 부회장 영입에 공을 들였다. 최 부회장은 처음에는 조 회장의 영입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조 회장이 최 부회장에게 경영 전권을 주겠다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 이야기는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파다하게 알려져 있다.
최 부회장은 2009년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선임된 뒤, 2010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합금융이 합병해 출범한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4연임에 성공하며 13년 동안 메리츠증권의 키를 잡으며 기업 성장을 이끌었다.
삼성 금융 계열사에서 10년 넘게 재직했던 김용범 부회장은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맡으며 메리츠금융그룹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2012년 최 부회장과 함께 메리츠종금증권의 공동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2015년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성장이라는 임무를 받고 메리츠화재로 소속을 옮겨 조직을 이끌고 있다.
든든한 두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은 모험적인 투자에 더해 장기적 시각에서 재무 운영에 나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김 부회장은 “제일 예민한 것이 연말 임원 보너스, 승진과 퇴임을 포함한 인사”라며 “2014년 초 CEO가 돼 일하기 시작한 이후 제가 보고드렸을 때 조 회장께서 한 번도 손을 댄 적이 없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의 대주주-CEO 관계를 기업 경영 리더십 성공의 핵심 요소인 ‘권한 위임’(Empowerment)의 현실적인 실천 사례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희문·김용범 부회장이 2023년 말 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증권·화재 대표직은 역동적인 경영진으로 채워졌다. 메리츠증권은 금융공학, 리스크관리에 능통한 장원재 사장과 메리츠화재 재직 시절 탁월한 투자운용 능력을 보인 1970년대생 김종민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되고 있다.
장원재 대표는 금융공학, 자산운용, 상품기획 등 핵심적인 금융 업무에서 뛰어난 실적을 이뤄낸 금융 전문가다. 특히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숫자에 강한’ 대표적인 CEO로 평가된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금융지주의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10여 년간 역임하며 리스크 관리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김종민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메리츠증권의 기업금융·관리 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에서 시작해 증권사 CEO 자리까지 올라간 첫 사례다. 김 대표는 2014년 메리츠화재에 합류했다. 자산운용실장을 맡아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 대체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금융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메리츠화재 CEO에는 1977년생 김중현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김 대표는 40대 중반의 나이로 손해보험업계 최연소 CEO에 오른 ‘젊은 피’지만, 탁월한 리더십과 업무 추진능력을 바탕으로 ‘김중현표 메리츠’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대환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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