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과 균형’…고전과 현대가 만나는 무대
한강의 서사, 이탈리아 연출로 재탄생
개막작 ‘오이디푸스의 노래’, 고대 비극의 현재형
거리와 극장을 넘나드는 예술의 확장
신예부터 거장까지…도전과 영감의 연극제
박형준 시장 “부산 연극, 세계와 호흡하게 하겠다”
부산=이승륜 기자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국내 대표 공연예술 축제인 부산국제연극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을 포함한 초청작 및 주요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특히 올해 연극제에서는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한 이탈리아 연극이 폐막작으로 선정돼 국내 무대에 처음 오르게 된다.
부산시와 (사)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는 제22회 부산국제연극제가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10일간 영화의전당, 부산시민회관 등 8개 공연장에서 열리며, 총 14개국에서 초청된 40여 편의 작품이 상연된다고 19일 밝혔다.
올해 연극제의 주제는 ‘재생과 균형(Regeneration & Balance)’으로, 공연예술의 창의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전 작품의 현대적 재해석, 전통에 대한 존중, 그리고 현대 예술의 감각을 접목한 이번 주제는 시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공연예술을 지향하겠다는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2024년이 한국-이탈리아 상호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됨에 따라, 이탈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빈국으로 참여한다. 이에 따라 개막작과 폐막작 모두 이탈리아 화제작으로 구성됐다. 개막작은 국내 초연작으로,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씨어터(Sardegna Theatre)의 ‘트라구디아(Tragùdia)–오이디푸스의 노래’이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비극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연극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에서 열리는 국제 연극 축제 ‘메스 페스티벌 사라예보(Mess Festival Sarajevo)’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이탈리아의 대표 연출가이자 배우인 다리아 데플로리안(Daria Deflorian)이 연출한 작품이다. 이 연극은 2023년 10월 볼로냐에서 초연된 뒤 로마, 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전 리허설 중 주목을 받았고, 이후 데플로리안은 스웨덴 시상식 현장을 찾아 한강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단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 그 이상으로, 주인공의 고통과 우리가 마주한 폭력의 단면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으며, 극 중 주인공 영혜의 언니 역으로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는 한강의 수상 직후 곧바로 작품 초청을 확정했으며, 이번 공연을 위해 이탈리아 배우와 스태프 11명이 방한해 무대에 오른다. 해당 작품은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 오후 6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상연된다.
올해 연극제는 경쟁 부문, 신진예술가 발굴 부문, 야외공연 부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케이-스테이지(K-Stage)’ 부문은 한국 공연 콘텐츠의 세계화를 목표로 기획된 경쟁 프로그램으로,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의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 하땅세의 ‘고래바위에서 기다려’, 극단 맥의 ‘비나리’ 등 총 6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 중 우수작으로 선정된 2개 단체에는 각 10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해외 페스티벌 진출 기회가 제공된다.
‘비파프 루키즈(BIPAF Rookies)’는 신진 공연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동서대와 협력해 신설된 프로그램으로, 윤태식 교수가 연출한 신체극 ‘대답 되지 않은 질문(Unanswered Question)’이 공연된다.
야외공연 부문에서는 국내외 경쟁을 거쳐 선정된 거리 예술가들이 선보이는 ‘다이내믹 스트릿(Dynamic Street)’과 시민들이 직접 창작하고 무대에 오르는 ‘10분 연극제’가 펼쳐진다.
이밖에도 일본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타카히로 후지타가 진행하는 ‘마스터 클래스 워크숍’, 공연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포럼(Global Forum)’, 예술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아티스트 토크(Artist Talk)’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연극제 관람을 원하는 시민은 예스24 티켓, 인터파크 티켓, 영화의전당 누리집(www.dureraum.org)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 정보는 부산국제연극제 공식 홈페이지(www.bipaf.org)에서 확인 가능하다. 기타 문의는 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051-802-8003)로 하면 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연극제가 공연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글로벌 축제로 발돋움했다”며 “부산 연극이 세계로 나아가고 국제 문화교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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