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부유층이 재력으로 권력을 움직여 이권을 얻는 행태를 금권정치라고 한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3억 달러가량 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행태가 대표적이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일하면서 연방정부 시스템 접근 권한으로 수백만 미국인의 테라바이트급 기밀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테크노폴라의 역설’에서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머스크가 연방정부에 대한 영향력으로 얻은 이익이 23억700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썼다.
머스크의 이와 같은 행태는 트럼프 대통령 일가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권력에 대한 영향력으로 이권을 취하는 금권정치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과 그 가족이 도둑정치(kleptocracy) 전면에 섰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 1기 때 이미 도둑정치 시대를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주변 로비스트들로 인해 러시아에서와 같은 도둑정치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공화당 주류파의 견제로 인해 대놓고 이뤄지지 않았는데 2기 들어선 고삐 풀린 망아지 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첫 해외 순방인 중동 방문 때 카타르 왕실로부터 4억 달러짜리 보잉 항공기를 선물로 받았는데 전용기로 쓸 것이라고 한다. 외국의 초고가 선물은 누가 봐도 뇌물인데 팸 본디 법무장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우긴다. 트럼프 가족기업은 지난달 카타르에 18홀 골프 코스를 조성하고 호화 빌라를 짓기로 계약을 했다. 카타르는 이와 함께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투자 펀드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
트럼프 일가는 가상화폐 사업에도 적극적인데 아부다비 투자회사는 트럼프 가족이 운영하는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 2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밈코인 트럼프, 퍼스트레이디는 밈코인 멜라니아도 발행, 수억 달러를 챙겼다. 이쯤 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이 우선인지 가문의 부를 늘리는 게 우선인지 헷갈린다. 미국 역사학자 앤 애플바움은 “독재와 도둑정치는 쌍생아”라고 했는데 미국이 부패한 독재자 시대로 퇴행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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