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의 시초는 1960년, 미국 존 F 케네디 후보와 리처드 닉슨 후보 간의 토론이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대선 때마다 TV 토론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부터 대선 후보 간 TV 토론을 시작해 이후 모든 대선에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TV 토론이 계속될수록 시청률은 계속 낮아졌다. 1997년 첫 토론 당시 시청률은 55.7%에 이르렀으나, 2022년에는 38%까지 떨어졌다. 충격적 감소다. 시청률이 높을수록 유권자의 의견 변화 가능성이 커지지만, 이처럼 시청률이 급감한다면 그 가능성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치학에서 TV 토론의 영향력을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보면,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에서 TV 토론이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제한적이며, 지지율에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도 최대 약 4% 수준의 지지율 변동에 그친다는 해석이 많다. 오히려 TV 토론이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예컨대,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보다 상대 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다고 느꼈더라도, 지지 후보를 바꾸기보다는 오히려 상대 후보를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으로 폄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확증편향의 강화 현상은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진 사회에서는 더욱 뚜렷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18일의 1차 대선후보 TV 토론 이후 유권자의 지지율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가능하다. 다만, 동일한 정치 진영 내에서 지지층의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를테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사이에 지지율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다.

이번 대선 ‘초청 1차’ 후보자토론회에서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발언 총량제’라는 규칙이 시청자뿐 아니라 토론에 참여한 후보들에게도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또, 주도권 토론에서 사회자가 ‘최소 2인 이상을 지목해야 한다’는 규칙을 명시했는데도 김문수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한 질문으로만 발언 시간을 모두 사용했고, 사회자는 이를 제지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토론에서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쪽은 이재명 후보였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 여유도 이준석 후보의 공격적인 질문 앞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준석 후보는 이번 토론을 통해 보수 진영 내에서 새로운 강력한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의 논지를 가장 명확하게 전달했고, 상대 후보의 약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남은 두 차례 토론에서도 이러한 평가가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준석 후보의 선전이 이번 주 여론조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주목할 만하다. 이번 토론의 시청률이 지난 대선 때보다 높고 특히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다수 시청했다면,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지지율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이는 보수 유권자들의 전략적 사고에 기반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보수층의 이러한 전략적 사고가 또 다른 정치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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