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18일 국민 앞에 개헌을 약속했다. 승자 독식의 권력 구조를 분권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만큼 대선 이슈로 부상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1987년 이후 38년간 숱한 개헌 논의가 번번이 무산됐던 이유가 실천 의지와 정치력 박약이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1990년 3당 합당, 1997년 DJP 연합 때는 문서로 확약했음에도 헛일이 됐다. 역대 대통령 대다수가 개헌 공약을 내놨다가 집권 뒤엔 국정 블랙홀 등을 이유로 흐지부지했다. 더 이상 그런 식으로 국민을 기만해선 안 된다. 개헌을 담보할 수 있는 일정과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미국식의 대통령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로의 권력 구조 개편에 공감대가 이뤄진 것은 의미가 있다. 당면 문제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 여부다. 이 후보는 개헌 국민투표 시기와 관련해 “이르면 2026년 지방선거, 늦어지면 2028년 총선”이라고 했다. 이런 인식이면 5년 임기를 대부분 채울 가능성이 크고, 개헌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개헌 같은 중대사를 SNS로 밝힌 것도 개헌 의지가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대통령 결선투표제, 총리의 국회 추천, 수사기관장 임명 동의나 감사원 소속 이관 등은 논의해 볼 만하다. 한편, 대통령·가족의 범죄 수사와 관련한 법안에는 이해충돌을 이유로 재의요구권 제한을 주장하면서, 자신과 관련한 재판은 중지 또는 면소할 수 있는 위헌적 법안들을 추진하는 것은 황당한 이율배반이다.

이 후보가 임기 단축은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공약은 했으나, 개헌 의지는 없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개헌 약속을 “국민 앞에 문서로 확정해 개헌 협약을 체결하자”고 했다. 각종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 여론조사에서 1위인 이 후보가 개헌 의지만 있다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유력 후보다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보여줄 기회도 된다. 여러 번 말을 바꿔 신뢰 리스크가 작지 않은 후보라면 더욱 그렇다. 개헌 약속이 또 헛말이 되면 안 된다. 유력 후보들이 실천 시간표에 대한 합의문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인정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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