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7개월째 전쟁… 전통시장 ‘마하네 예후다’ 등 도심 르포

 

월세 못내 문닫는 가게 있지만

남은 상인들 바지런히 움직여

곳곳엔 추모 포스터 붙어있어

 

“北 기습땐 한국 보복 않겠나”

하마스 공격 정당성도 역설

문 닫은 가게들

문 닫은 가게들

18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위치한 전통시장 ‘마하네 예후다’에서 문을 닫은 가게들 사이로 유대교 전통복장을 입은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기드온의 전차 작전’ 일환으로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 전역에서 광범위한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

예루살렘=글·사진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새로운 지상작전을 시작한 18일 예루살렘에 위치한 최대 전통시장인 ‘마하네 예후다’는 일상과 전쟁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시장 안에서 주민들은 평상시처럼 이런저런 물건을 사고, 상인들은 상품을 팔기 위해 바지런히 움직였지만 시장 밖 도심에서는 이스라엘군 장병들이 대형버스를 이용해 부대로 복귀하고 있었다. 또 오랜 전쟁에 문을 닫은 가게들도 적지 않았고, 시장과 거리 곳곳에는 가자 전쟁으로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고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등 1년 7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예루살렘에는 다시금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주민들은 장기간 지속되는 전쟁 속에도 일부 일상을 되찾았으나 전쟁이 불러온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트라우마가 만만치 않은 모습이었다. 특히 계속되는 전쟁에 관광객이 줄어들고 예비군 동원이 늘어나면서 가게를 운영할 수 없게 된 상인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하네 예후다에서 만난 상인 라지에르(32)는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없다시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인 유오람(66)도 “(전쟁 후) 관광객과 성지순례객들이 사라져 소득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마하네 예후다에는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다. 시장을 찾은 한 예루살렘 주민은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상인들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예비군 등으로 징집되면서 가게 문을 닫은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예루살렘 도심에서는 가자지구 공세 강화와 안식일(토요일) 종료에 맞춰 휴가를 끝내고 부대로 속속 복귀하는 장병들도 보였다. 이들은 군복을 착용하고 소총으로 무장한 채 여러 대의 대형 버스에 줄지어 탑승해 자신들의 부대가 있는 기지로 향했다. 이스라엘 공세 강화로 가자지구에서 최근 나흘 사이 400명이 넘게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이었지만 일부 상인과 방문객들은 이번 작전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저격수로 복무하다가 전역 후 카페를 창업한 에이머스(22)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하고, 과거 이슬람국가(ISIS)처럼 민간인들을 무차별 공격했다”며 “그들은 가자 주민들의 안전조차도 신경 쓰지 않고 이들을 ‘인간 방패’로 활용한다”고 짚었다. 그는 “복무 당시 가자지구 작전 중에 하마스가 병원 밑에 땅굴을 파 놓은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며 “하마스는 무기를 옮기거나 저장할 때 실제 환자들이 누워 있는 침대를 활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을 방문한 솔(66)도 “북한이 한국을 기습 공격하고 민간인 1200명을 학살하면 한국도 즉각 보복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재점령을 위한 ‘기드온의 전차 작전’의 일환으로 대규모 지상작전을 개시하고, 가자지구 북부의 병원을 포함한 여러 시설에 대한 공습을 가했다. 또 이스라엘은 공세 강화에 맞춰 기근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10주 만에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하고 기본적인 양의 식량이 유입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스라엘 입국 첫 번째 관문인 벤구리온 국제공항 곳곳에 붙어 있는 전사자와 인질들의 사진 옆에 태극기와 ‘한국은 이스라엘과 함께한다’는 글이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민간 차원에서 한국 국민들이 전사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과 인질석방의 염원을 담아 설치해 놓은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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