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씨, 근로자성은 인정 안 돼
MBC 직원 51% “나 또는 동료, 괴롭힘 당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용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화방송(MBC)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오씨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부고 소식을 비롯해 사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족이 올해 초 오씨의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원고지 17장(약 2750자)의 분량의 유서를 발견하면서 해당 의혹이 알려졌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 2월 11일 관할 지청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울서부지청에 특별근로감독팀 구성을 지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고용부는 3개월간의 감독 끝에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오씨가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록(유퀴즈)’에 MBC를 대표해 출연하게 되자, 선배인 기상캐스터가 ‘네가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용부는 “고인은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업무상 수시로 지도·조언을 받아왔으나, 사회 통념에 비추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돼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행위들이 비록 고인의 실수나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지만 고인은 기상캐스터를 시작한 지 불과 1~3년 이내의 사회초년생이었다”며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수차례 이어온 점, 고인이 주요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의 핵심인 ‘근로자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씨의 신분은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인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참고인 조사, 고인의 SNS, 노트북 등 포렌식 분석 등을 토대로 기상캐스터의 업무처리 실태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MBC와 계약된 업무 (뉴스프로그램 출연) 외에는 MBC 소속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행정·당직·행사 등 다른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MBC 기상캐스터가 각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진 프리랜서 신분임에도 당사자들 간에 선·후배 관계로 표현되는 명확한 서열과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선·후배 간 갈등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로 이어진 측변이 크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MBC 조직 전반에 만연한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고용부는 이번 특별감독과 함께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3주간(3월 18일~4월 4일)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 응답자 252명 중 115명(51%)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업무시급·중요성 등을 이유로 팀장급 직원이 공개적으로 폭언하고 욕설하는 행위와 직장동료와 러브샷을 요구하고 외모를 지적하며 신고하지 말라고 비꼬는 말투로 핀잔을 주는 등의 행위도 포함됐다.
아울러 정규직임에도 입사 시 계약직인 점 때문에 신입사원보다 못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외주사 직원과 동일시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고용부는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이와 같은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 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 개선 지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무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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