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장기발행자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낮춰 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등급 전망은 기존의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등급 변경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여 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급격히 증가해 왔다”며 “이 기간 연방 재정지출은 증가한 반면, 감세 정책으로 재정수입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재정 적자와 부채가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도 현저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반응은 2가지로 크게 나뉜다. 첫째는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에 속하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2011년, 피치는 2023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이미 하향 조정한 바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뉴스)’이 아니고, 따라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는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들이 모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낮췄다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어느 쪽 분석이 맞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시스템에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 전부터 지적돼 온 것이지만,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쌍둥이 적자(재정 적자, 경상수지 적자)’다. 미국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6조2200억 달러(약 5경573조 원) 정도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도 2024년 말 기준으로 123%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부채 국가에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전 세계적인 수준의 ‘관세 전쟁’을 일으킨 이유도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견(異見)이 없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난 100년간 연방정부 부채와 GDP 대비 연방부채 비율 추이 그래프를 보면, 앞으로 전쟁 등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의 부채 증가세는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부채 증가와 국가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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