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우의 Deep Read - 6·3대선 중반전

 

이, 각종 조사서 확실 우위… 역대 최고 득표율로 집권 후 배타적 권력행사 정당성 구축

김, ‘이재명 절대권력화의 위기’ 공포마케팅… 이준석과 단일화 기대하지만 난관 많아

6·3 대선 레이스가 중반전에 이른 20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전히 두 자릿수 격차로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집권 후 절대권력 장악을 노린 행보 중이고, 김 후보 측은 여전히 ‘회고적 프레임’에 갇혀 더딘 상승률을 보인다. 김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막판 단일화 여부, 그리고 투표율이 이번 대선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 김문수의 족쇄

선거운동 개시와 함께 이·김 후보 모두 영남지역을 방문했는데 그 이유는 상반된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 위축된 선거 분위기를 떨쳐내려 했던 반면, 이 후보는 절대적 우세를 자신하면서 취약지 공략에 나선 것이다. 김 후보는 자신감 회복을 위한 발판으로, 이 후보는 험지 도전이라는 공격적 전략으로 영남지역을 찾았다.

이번 조기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설상가상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비정상성은 지지자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겨줬다. 우여곡절 끝에 대선 후보로 김 후보를 확정하고 뒤늦게 선거전에 돌입했지만, 아직도 내란정당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국이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회고적 평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캠프 내부의 중지를 모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 더 이상 과거 책임론의 비난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그다음에 ‘전망적’ 프레임을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전망적 프레임은 민주당의 권력 독점으로 인한 민주주의 퇴행이라는 공포 전략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의 입법폭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충돌이 심했는데,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되면 당연히 민주당의 입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개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민주당이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견제 없는 권력은 민주주의를 위기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는 공포 마케팅이 일부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리긴 힘들어도, 국민의힘 지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오도록 만드는 효과는 기대할 만하다.

◇ 이재명의 3권 장악

현재 민주당의 선거목표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얻은 51.6%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과 득표율 격차를 달성하는 것이다. 절반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은 정권이라는 명분을 얻는다면 배타적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을 기정 사실화하고 집권 후를 대비한 사법부 압박과 입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에서 최대 10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을 상정했다. 집권 후 대법원 구성을 민주당에 유리하게 가져가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자칫 입법과 행정부를 넘어 사법부까지 민주당에 친화적 인물로 충원해 3권을 독점하는 지경에 이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법안들도 속속 상정 중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 공표 구성 요건 중 ‘행위’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후보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공직선거법 재판과 관련한 면소 판결을 받고 범죄 행위는 없던 일이 된다.

대통령에 당선 때엔 이미 공소가 제기돼 진행 중인 재판이라도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준비되고 있다. 이 법안은 부칙에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외에 ‘이 법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이 후보가 ‘수혜’를 받는 데 반론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 법안이 통과됐을 때 혜택을 보는 사람은 현재로는 이 후보 단 한 사람뿐이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맞춤형’ 법안이 발의되는 건 감표 요인이다. 그럼에도 입법을 강행하는 이유는 다소간 표를 잃는다 해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자신감이 반영한 결과다.

◇ 단일화 문제

국민의힘 입장에서 반이재명 기치 아래 정치세력을 규합한다는 빅텐트 전략은 사실상 포기해야 할 시점이다.

김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로 보수 결집을 기대하지만 이 후보는 아직 단일화론에는 냉랭한 태도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10% 이상 득표한다면 향후 정치에서 주목받는 대선 주자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지금의 단일화론이 ‘김문수로의 단일화’를 말하는 것일진대 이 후보가 대선 포기와 바꿀 만한 반대급부는 아직 없다. 설사 반대급부가 있다 해도 출당당한 이준석 후보는 그 약속을 신뢰하기가 어렵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가장 중요한 현실적 과제 중 하나는 영남지역 수성이다. 지역주의가 엄연한 상황에서 지배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차후 선거에서 고전할 위험성이 크다. 반복적으로 지역 지배 정당에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다른 정당을 선택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이후 선거에서도 지배 정당 이외의 정당을 택하는 것이 쉬워진다. 영남지역 지지율 추이(표)를 보면 김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대해 절대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첫 번째 대선 후보 TV토론이 있었지만 지지율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이재명 후보는 실수를 피하려는 방어 전략을 택했다. 그 때문에 발언 내용은 모호했고 향후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태도는 평상시 강한 소신을 내비쳤던 이미지와는 달랐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를 체제전쟁으로 규정했지만 이에 걸맞은 설득이나 자신의 결의를 보여주는 데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이준석 후보가 김 후보 대신 이재명 후보를 주 타깃으로 토론을 진행한 것은 자신이 이재명 후보와 겨룰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라는 점을 내보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 투표율 변수

이번 대선은 지금까지는 17대 대선과 닮았다. 당시 시종일관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앞섰고 BBK 주가조작 의혹 등 악재가 있었지만, 판세는 끝까지 바뀌지 않았다. 이에 정 후보가 소속된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 상당수가 기권했고, 결과는 이 후보의 낙승이었다. 이번 대선도 보수 성향 후보들의 부진에 따른 투표율 저하가 예상된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회고적’이란 현재의 정부가 지금까지 잘했는지, 경제 상황과 국정 성과는 어땠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을 뜻함. 이를 중심으로 책임을 묻는 과거지향적 투표행위를 ‘회고적 투표’라고 함.

‘전망적’이라는 것은 미래 비전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 향후 자신과 국가의 미래를 누가 더 잘 보장할까에 대한 기대를 갖고 후보를 선택하는 미래지향적 투표를 ‘전망적 투표’라고 부름.

■ 세줄 요약

김문수의 족쇄: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회고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김문수는 ‘이재명 집권=절대권력화’의 위기를 공포 마케팅으로 삼아 전망적 프레임으로 나아가야 희망을 찾을 수 있어.

이재명의 3권 장악: 민주당의 선거 목표는 역대 최대의 득표율로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 그래야 집권 후 배타적 권력행사의 정당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실제 이재명은 이미 입법·사법·행정 3권을 장악 중.

단일화 문제: 김문수는 이준석과의 단일화 성사로 보수 결집 및 대선에서의 뒤집기 한판을 꿈꾸지만 이준석의 냉랭한 태도로 험로 예상. 6·3 대선 최대 변수는 김-이 단일화 여부와 이에 따른 투표율 변동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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