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 총리 기용설에 대해 “선거 중인데 그런 고민을 하겠느냐”면서 “누군가 어떤 직책 생각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인수위 없이 바로 정부가 출범해서 빠른 시간 안에 해야 되지만, 어떤 사람을 어떤 직책에 기용할 것이냐는 이긴 다음에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대선 승리를 가정한 내각 구성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는 연일 “사실이 아니다”는 공지를 하기 바쁘다. “취임 100일에 청와대 이전을 발표하는 등 하루 단위로 집권 로드맵을 준비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가 예비 내각 구성 준비에 착수하고, 부처별로 장관 후보군을 추천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18일엔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이 나서 내부 입단속을 지시했다. 유력한 후보라고 해서 당선 전에 내각 구성 방안이 알려지면 오만하다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언론에 거명되면 낙마다”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쳐드는 순간에 진다”(박지원) 운운은 이 후보가 인용하기도 했다. 대선에 승리할 경우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논공행상(論功行賞)’으로 비칠까 경계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내각 인선 작업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그런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은 게 비정상이라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집권플랜본부를 주도해온 김민석 공동선대위원장은 17일 방송 인터뷰에서 총리 인선 기준을 묻자 “철학”이라고 답했다. “첫째 역량, 둘째 어느 진영이냐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가려는 길이 같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 불문, 미래 단합’ 기준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분들이 선상에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 인사의 파격 발탁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에게 직접 연락했다고도 했다.

‘화합형’보다 ‘개혁형’ 인선 전망도 많다. 강경파들의 입각설이 파다하다. 이 후보가 출마 선언 즈음엔 국민통합 메시지가 많았는데, 갈수록 강성 메시지가 많아져서다. 선대위엔 각 부문 위원회들이 즐비하다. 일종의 인재풀이다. 지난 15일에는 ‘미래교육자치위원회’가 출범했다. 싱크탱크를 자임했던 ‘성장과 통합’은 견제 등으로 간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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