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전국부장
부산의 20년 숙원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커다란 장벽에 부닥친 것은 예고된 비극이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업 포기를 감수하더라도 공사 기간을 2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함으로써 정치적 목적으로 꾸역꾸역 끌고 온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좌초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 측은 ‘4년 내 깊은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들고, 7년 내 완공하라’는 정부의 요구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미 네 차례 유찰됐다는 점에서 정부가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오리무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남권 신공항 경쟁이 불붙었던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는 국제적 권위가 있는 프랑스 파리공단엔지니어링 측에 사업 타당성 용역을 맡겼다. 그때 나온 결론은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안이었다. 가덕도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 책임자였던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는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려면 전체의 80%를 인공 매립해야 하고, 주변 바다 수심이 깊은 데다 가파른 산을 깎아야 해서 어려운 공사를 해야 한다. 바다 위 태풍이 몰아치는 곳에 있어 이·착륙 시 위험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의 눈이 아닌 전문가의 눈으로 보기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 산물이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자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박근혜 정부는 이성적으로 접근해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을 모았다. 그런데 죽었던 카드를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약으로 꺼내 들었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는 무리수도 뒀다. 영남지역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대형 신공항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입지와 예산을 따져봐야 한다. 지난 연말 무안공항 참사를 계기로 철새도래지에서 7㎞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문제도 조명받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 예산 역시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의 절반 이하다. 이런데도 여야 대선 후보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형 공사와 공공기관·기업 이전 등을 약속하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대통령 세종집무실, 해양수산부·HMM 부산 이전, 전국 곳곳 광역철도 건설 등 어질어질하다. 또 다른 ‘희망고문’일지 모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말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기획재정부가 재정까지 틀어쥐어서 정부 부처 왕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기재부 예산 기능을 대통령실로 이관하는 방안까지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이 분리 계획이 실행돼 기본소득 정책은 물론, 대형 포퓰리즘 사업들이 아무런 검증과 제어 없이 무사 통과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 선거는 과거의 심판이기도 하면서, 미래의 희망이다. 그러나 현실적이지 않은 희망은 늘 지역민들에게만 상처를 주고, 나라만 분열시켰다. 이제 유권자들도 냉정해져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실현 가능한 계획과 객관적 근거를 요구하는 유권자의 자세가 우리 정치를 진짜 변하게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반복되는 희망고문, 이제 멈출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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