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공세에 맥못추는 K-건설

 

250위 내엔 중국 81곳·한국 11곳

중국, 저가 수주로 중동·아시아 잠식

수력·철도·원자력·송전 등 저변 확대

 

한국, 660억달러 달했던 연간 수주액

지난해 371억달러로 ‘반토막’ 수준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하안송 기자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하안송 기자

중국 건설사가 전 세계 시장에서 무섭게 약진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건설전문지 ENR(Engineering News-Record)이 집계한 세계 상위 10개 건설사에 중국 기업은 4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국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이 저가 수주, 탄탄한 정부 금융 및 외교력으로 한국 건설사들의 주요 무대였던 중동과 아시아 시장을 잠식한 결과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 건설사들이 고부가가치 기술력으로 해외건설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어 K-건설의 해외건설 시장 활로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지난해 K-건설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59년 만에 1조 달러(약 1390조 원)를 돌파하는 호실적을 거뒀지만 앞으로 2조 달러를 돌파하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기술 확보와 긴밀한 민관 협력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확립해 ‘차이나 리스크’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ENR이 발표한 2024년 상위 10개 건설사 명단에 중국은 중국교통건설공사(CCCC·4위),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6위), 중국전력건설공사(Power China·8위), 중국철도건설공사(CRCC·10위) 등 총 4개 사가 포함됐다. 1위부터 3위는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건설사들이 차지했다. 한국 기업은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50위권에는 현대건설(12위), 삼성물산(16위), 현대엔지니어링(25위), 삼성엔지니어링(27위)이 이름을 올렸다.

250개 전체 순위 안에는 중국 건설사가 81개에 달한 반면 한국 건설사는 11개에 그쳤다. 중국 건설사의 약진은 국영기업의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싸게 많이 짓는 전략’을 펼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250위 안에 중국 건설사는 81개로 32.4%를 차지하지만 이들이 전체 해외건설 시장에서 책임지는 수주액 규모는 24.6% 정도다.

한국은 건설 분야에서 국가 경제 규모 대비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거두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ENR 보고서에 따르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중국 건설사들은 수력, 철도, 항만, 원자력, 송전 등 기술 집약 분야에서도 저변을 확대 중이다.

스페인·프랑스 등 유럽 건설사들은 상위 250위에 43개만 포함돼 있음에도 시장 점유율은 해외건설 시장 전체의 절반(49.3%)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은 플랜트·원전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일정 수준 기술력을 보이고 있으나 디지털화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데다가 투자개발형 사업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중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유지하다 보니 해외 수주 실적도 부진한 상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4년 660억 달러에 달했던 해외건설 수주는 2024년 371억 달러로 줄었다.

해외건설 시장에서 차이나 리스크를 넘어서기 위해선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투자개발형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태흥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정책 금융이나 수출입은행의 투자 보증 없이 투자개발형 해외건설 사업은 어렵다”며 “해외건설 시장은 기업 대 기업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경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도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건설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 계약, GS건설과 삼성E&A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파딜리 가스플랜트 증설 공사, 삼성물산의 카타르 담수복합발전소 프로젝트, 현대엔지니어링의 세르비아 태양광 발전소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를 준공하기도 했다.

김영주 기자, 이소현 기자
김영주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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