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명예교수가 매일 산책
독일 하이델베르크 길 벤치마킹
작은안산에 1㎞ 조성…6월 개장
쉼터·순환트랙·책장 등 설치도

서울 서대문구 ‘작은안산’에 우리나라 철학자가 실제로 다니던 산책길이 ‘철학자의 길’로 만들어진다. ‘100세 철학자’로 알려진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매일 걸으며 사색하는 길로, 김 교수가 “나의 정신적 고향”이라고 일컫는 곳이다. 서대문구는 이번에 조성하는 길이 괴테 등 유명 철학자가 거닐어 유명해진 독일 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 같은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관내 안산과 궁동산 사이에 자리한 작은안산(연희동 산66-15 일대)에 약 1㎞ 길이의 ‘사색의 길’이 6월 중 개장할 예정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작은안산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주민들이 여가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가 이 일대에 ‘철학자의 길’이란 테마로 산책길을 조성하는 건 김 명예교수가 사색하는 길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로서 한국 현대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 105세 고령에도 활발한 저술·강연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김 명예교수는 서대문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이북 출신인 그는 서울에 자리 잡은 이후 서대문구에 있는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며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만 70년 넘게 거주하고 있다.
조성계획에 따르면 사색의 길에는 △철학자의 쉼터 △사색의 공간 △순환 트랙 등이 생긴다. 철학자의 쉼터에는 김 명예교수가 작은안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고 밝힌 대왕참나무 3그루 아래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덱 평상이 놓인다. 숲속 도서관처럼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장도 마련된다. 사색의 공간에는 전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선베드 등이 설치된다. 산책길 곳곳에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나무와 숲을 키워가는 것이다” 등 김 명예교수의 철학이 담긴 명언이 적힌 안내판도 마련된다.
다음 달 개장을 앞두고 지난 15일 김 명예교수와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공사 마무리 단계인 사색의 길을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김 명예교수는 “봄이면 피는 벚꽃이 참 좋다”며 산책길 구석구석을 자세히 알려줬다. 그는 글을 쓰다가 막히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하루에 두 번도 이곳에 온다고 한다. 김 명예교수는 “이곳은 나의 정신적 고향”이라며 “이 근처에 살고 있는 최근 20년 동안 글을 가장 많이 썼다”고 말했다.
서초구 양재천에 독일 철학자 칸트길이 조성돼 있으나, 우리나라 철학자가 실제 다니던 길을 철학자의 길로 만든 건 서울에서 처음이다. 괴테, 헤겔, 하이데거 등 여러 철학자가 거닐었던 길로 알려진 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처럼, 사색의 길을 지역 명소로 만들겠다는 게 이 구청장의 구상이다. 이 구청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학자의 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군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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