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차량 결함에 따라 급발진으로 배상이 확정된 경우는 한 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당 자동차 회사는 배상금을 지불하는 대신 급발진은 부인하고 있어 사실상 전 세계에서 급발진 인정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다.
유일하게 급발진에 따른 피해를 인정받은 판례는 ‘북아웃 소송’이다. 지난 2007년 미국인 진 북아웃이 오클라호마주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이던 토요타의 캠리가 급발진하며 장벽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북아웃은 중상을 입었고 동승자 1명은 사망했다. 당시 소프트웨어 컨설팅업체 ‘바그룹’은 캠리의 급발진 원인으로 엔진 스로틀 컨트롤 시스템(ETCS)의 소프트웨어 결함을 지목했다. 이에 2013년 10월 미국 오클라호마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300만 달러 배상 평결을 내렸다.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산정하려 하자 토요타는 피해자들과 합의에 나서 리콜과 소송 합의금, 벌금 등으로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를 지출했다.
하지만 토요타측은 급발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대신 ‘소비자 권익을 고려해 합의한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또 2009~2010년까지 토요타의 캠리와 렉서스, 프리우스 등에서 급발진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등의 조사에서 급발진 대부분은 운전자의 실수로 드러났으나, 일부는 가속 페달의 결함과 매트 디자인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토요타는 페달과 매트 디자인 개선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800만 대 이상 리콜 조치를 취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도 일부 차종에 급발진 문제가 불거지자 리콜 조치를 취했지만 급발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선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제조사가 차량 결함이 없다는 것을 일부 증명해야 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당사자 양측이 재판에 앞서 미리 증거를 공개하거나 전문가의 현장조사를 통해 증거를 공유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다. 이에 미국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 제조사는 이 제도에 따라 법원의 자료 제출 명령을 즉시 따르고 있다. 다만 피해 정도에 따라 피해자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거나 합의하고 있어 재판에서 급발진으로 판정받는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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