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예정보다 2년 가까이 앞서 갑자기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8일 저녁에는 대선 후보 4인의 경제 분야 TV 토론이 있었다. 중요한 쟁점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지엽적인 문제들을 두고 공방만 벌였다.

사람은 불완전하므로 대통령이나 정부가 불완전한 것도 당연하다. 더구나 삶은 이미 만들어진 경로에 따라 많은 것이 결정되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에 제약된다. 따라서 늘 사람의 선택은 ‘가장 좋은 것’이 아니라 ‘덜 나쁜(less worse) 것’이다.

이미 다음 대통령이 대처해야 할 핵심 경제 문제들은 다 드러나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세계 경제 질서 대혼란·대전환,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등 궤도를 달리하는 기술혁명의 급진전,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에너지 위기 가능성, 급격한 인구 감소와 재정 불건전성 확대, 경쟁력 및 성장 잠재력의 지속적 하락 등이 그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낮췄다. 108년 만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우리나라에도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

6·3 대선 이후 곧바로 출범할 새 정부의 당면 과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과 무역 흑자 해소, 기술혁명 대처를 위한 구체적인 AI·양자컴퓨터 등 신기술혁명용 투자와 인재 확보 로드맵 마련, 에너지·식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에너지산업 및 농업 혁신 방안 마련,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실효성 제고(提高)와 재정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신속한 정책 대전환, 그리고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행 가능한 정책 패키지 시행 등이다.

이 과제 해결의 핵심을 꿰뚫는 비전은 ‘효율적이고 작은 정부’다. 트럼프와의 관세·안보 패키지 딜도, 기술혁명과 기후변화 위기 대처도, 재정 건전성과 국가 경쟁력 향상도, 시장과 민간이 앞서고 거기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갈등과 불협화음만 정부가 신속히 조절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적 평화’(social peace)를 지킬 정치적 대타협과 시장 및 민간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규제개혁’이 필수다.

또한, 표를 돈으로 사려는 포퓰리즘적 정책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의 임금·노사 관계 개입, 이익집단에 대한 보조금 남발, 전 국민 대상 보조금 확대는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것으로, 표를 얻으려는 술책일 뿐이다. 이는 과거 고무신·막걸리 선거보다 더 나쁘다. 당시에는 어떻든 자신이 마련한 돈으로 했다면, 지금은 대놓고 정부가 세금을 살포해서 표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금을 유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자를 법은 횡령죄로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누가 이런 횡령성 공약으로 대놓고 표를 사려고 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서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이런 일의 결과가 어떤지 우리는 역사와 다른 나라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전환기적 국제 정치·경제 질서 아래서, 국론 분열과 정치인들의 극한 대립 그리고 제로섬 게임적 분배정책 등을 넘어 우리가 스스로 운명을 바꾸는 길은, 유권자의 한 표를 앞에서 말한 기준에 따라 행사하는 것뿐이다. 이 길에서 벗어난다면 지금의 번영과 자유는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닐 수 있다.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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