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출발부터 金에 불리한 구도
TK·70대 빼곤 모두 李 우세
20∼30% 득표면 보수 궤멸
이준석과 단일화는 필수 조건
친윤·전광훈 세력과 선 그어야
金부터 사즉생으로 결단해야
흔히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승패를 안다고 한다. 매일 여론조사가 쏟아지지만 들쭉날쭉하고 정확한 여론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선거 유세 현장이나 시장통을 다니며 직접 민심을 들어보는 취재를 해보면 어느 정도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선거를 자주 치러본 국회의원은 유권자들 손만 잡아 봐도 이길지 질지를 안다고 한다. 선거에 이기는 분위기이면 멀리 있는 사람도 다가와 손에 힘을 주고 악수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눈도 안 마주친다고 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어릴 적 할아버지인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밑에서 심부름을 하며 정치를 배웠다고 한다. 당시 김 대법원장이 유세장에 나가서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대선이 열리기 전 방송 등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이번에 그나마 해볼 만한 선거를 하려면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후보를 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해보나 마나 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래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격을 막아 내면서 대등한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선거를 배운 김 전 위원장의 촉이 이번에도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국민의힘이 한덕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에 실패하고 김문수 후보로 확정됐을 때,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고 했다. 계엄과 탄핵의 원죄를 지고 있는 국민의힘이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하고 탄핵에 반대했던 후보를 낸다면 중도층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반을 넘긴 51%, 김 후보는 29%, 이준석 후보는 8%를 기록했다. 지역적으로 김 후보가 우세한 지역은 대구·경북이 유일하고 연령대도 70대 이상에서만 이겼다.
13일밖에 남지 않은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매일 1%포인트씩 지지율을 올려도 이 후보를 따라잡기는 힘들다. 역대 선거에서 이 시점에 나온 여론조사가 뒤집힌 경우는 한 번도 없다. 문제는 김 후보가 40%, 30%, 20%대의 득표를 하는가에 따라 보수의 운명이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40%를 얻으면 매우 선전한 것으로 민주당에 대한 견제가 가능할 것이다. 반면 30%면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24%)가 얻은 표보다는 많지만, 당시 안철수 후보가 21%를 얻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수 정당에서 최저 득표율이 될 수 있다. 20%를 얻는다면 보수 궤멸 수준이다.
문제는 TV토론 등에서 보여준 김 후보의 실력이나 당내 상황을 보면 반전의 계기를 찾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후보 교체 쿠데타를 눈으로 본 중도층이나 보수층이 끝내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당시 파동을 주도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지도부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억지 탈당했지만 석동현 변호사, 김계리 변호사(심사 중), 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이 당에 들어오면서 탈당 효과는 제로(0)가 됐다. 문제는 김 후보가 이런 문제를 정리할 능력이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 김 후보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친다는 정신으로 이 난국을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시급한 것은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힘을 합쳐야 그나마 해볼 만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25일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가 1차 마지노선이다. 자신만이 단일후보라고 고집하지 말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뒷짐 진 한동훈·유승민 등이 야속하더라도 삼고초려를 해야 한다. 자유통일당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전광훈 목사와 단절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끌려가는 만큼 중도층은 빠져나간다.
김 후보는 고집이 세고 잘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 약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변화하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보수 전체가 나락에 빠진다. 60% 득표까지 자신하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절대 권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승리가 어렵다면 ‘잘 지는 것’도 능력이다. 폭주를 막을 방파제라도 만들어야 한다. 절실하면 국민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 여전히 현장에 가보면 후보나 국회의원, 운동원들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했던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즉생 정신이 지금 국민의힘과 김 후보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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