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2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선거전 양상은 역대 선거에 비해 그리 격렬하지 않다. 사생결단 격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열이 뚜렷해지면서 관심 자체가 저하된다는 게 문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따놓은 점수만으로도 압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시간만 끌면 된다는 ‘아웃복서’ 전술을 구사하고, 과감한 ‘인파이터’ 전술로 실점을 신속히 만회해야 하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내부 단일 대오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한가지 특이한 현상은, 민주당의 사법부 비판이다. 대법원이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전방위 공세에 나섰고,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내란 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의 접대 의혹을 제기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폭로전과 강경 주장이 쏟아진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실질적 타깃이 국민의힘에서 법원으로 옮겨간 비정상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가 됐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 그런 조짐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이나 김문수 후보의 공격에 직접 응수해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무시해버림으로써 쟁점을 만들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다.

지 판사가 지난 19일 룸살롱 접대 의혹을 부인하자 민주당은 사진 공개, 공수처 고발 등 대응에 나섰고,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은 “역사적 재판을 계속 맡겨도 되느냐”고 비판했다. 법사위원인 서영교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특검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사법부를 겁박하는 1차 목표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6월 중에 줄줄이 열릴 ‘이재명 관련 재판’의 속개를 막는 것이다. 관련 입법을 신속히 하겠지만, 재판부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 등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2차 목표는, 계엄이 곧 내란이라는 판결을 법원이 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물론, 국민의힘이 위헌 정당이라는 주장 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3차 목표는 민주당 성향으로의 사법부 물갈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4일 “(내란 세력을 척결할) 법정은 깨끗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 후보 유죄 재판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됐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26일 임시회의 의제로 ‘재판 독립’을 안건에 올리기로 했다고 한다. 사법부를 겁박하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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