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전쟁 파고, 압도적 경쟁력으로 넘어라 - (9) HD현대
신성장 동력으로 함정사업 낙점
거점 넓혀 환태평양 벨트화 목표
미국도 조선·해양 분야 러브콜
국내 최대 함정 수출 실적 갖춰
뉴질랜드 등에 18척 인도 완료
2030년까지 연매출 3조원 전망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생도들과 만난 자리에서 “HD현대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해 자율운항·디지털 첨단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400여 년 전 이순신 제독이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으로 전쟁의 흐름을 바꿨듯,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는다면 조선·해양 분야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가 함선 분야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특히 ‘해양 패권’ 회복을 천명한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조선업 협력을 요청하며 HD현대가 지닌 함선 분야 노하우와 미래 최첨단 조선·해양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HD현대는 함정사업 부문을 2030년까지 해외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사업구조로 바꾸고 연 매출 3조 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해외 거점별 파트너십 체결·현지 건조 체계 구축·기술이전 패키지 표준화를 통해 미국·페루·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 등 권역별 해외 거점을 마련하는 ‘환태평양 벨트화’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HD현대는 글로벌 함선 분야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다. HD현대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현존하는 국내 최신예 이지스함(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의 기본설계를 주관한 국내 유일의 조선사다. 1976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투함이었던 울산함 연구·개발(R&D)을 시작으로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Ⅰ·Ⅱ·Ⅲ를 모두 건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스텔스 기법이 적용된 4400t급 구축함(KDX-Ⅱ)을 건조한 데 이어 지난 2007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7000t급 이지스구축함(KDX-Ⅲ B-Ⅰ)의 자체 설계 및 건조에 성공했다. 이후 성능을 향상시킨 정조대왕급(KDX-Ⅲ B-Ⅱ) 이지스 구축함까지 만들며 수상함 분야 국내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대 함정 수출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건조·인도한 106척의 함정 중 해외 수출 물량은 18척에 이른다. 앞서 △뉴질랜드의 1만2000t급 군수지원함 엔데버함·2만6000t급 군수지원함 아오테아로아함 △방글라데시의 600t급 해군용 경비함 마두마티함 △베네수엘라의 1만t급 군수지원함 시우다드볼리바르함 △필리핀의 2600t급 호위함 호세 리잘함·2600t급 호위함 안토니오 루나함·3200t급 초계함 미겔 말바르함 인도를 완료했고, 현재 필리핀과 페루로부터 수주한 11척의 함정을 건조 중이다.

최근 미국이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며 미래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함선 및 MRO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100억 달러에서 2029년 2927억 달러(약 425조7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에서 국방비 지출이 가장 많은 미국이 이를 주도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연간 20조 원 규모의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올해 2∼3척의 미 해군 MRO 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협력 관계 모색을 위한 미국 측 주요 인사와의 만남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방한 중이던 존 펠런 미 해군성 장관이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펠런 장관은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본 뒤 세계 최정상급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에 승선해 다양한 성능과 첨단 작전 능력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6일 방한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양국 간 조선 협력 확대 필요성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HD현대와 미국 업체 간 파트너십도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선박 건조 효율성 향상, 건조 비용 및 납기 개선 등을 위해 각자 보유한 함정 건조 분야 역량을 결합하기로 했다. HD현대는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와 무인수상정(USV)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 방산 기자재 업체인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와도 미국 현지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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