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년 전 베트남전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네이팜탄 소녀’(원제 전쟁의 공포)을 실제 누가 촬영했는지를 두고 뒤늦게 발생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 사진을 ‘1973년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했던 세계보도사진(WPP) 재단이 최근 기존의 사진 촬영자명 표시를 중단하기로 했다.
WPP 홈페이지에서는 이 사진과 사진의 공식 제목인 ‘전쟁의 공포’를 소개하면서 촬영자 정보를 ‘원작자 논란 발생(AP)’으로만 표기했다.
지난 1972년 6월 8일 촬영된 이 사진은 베트남 짱방지역 한 마을에 쏟아진 네이팜탄에 맞아 등과 팔 부분에 심한 화상을 입은 마을 소녀 판티낌뿍이 타들어가는 옷가지를 벗어 던진 채 울면서 마을 밖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전쟁의 잔혹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 사진은 어린 소녀의 나체가 고스란히 드러나지만 많은 국가에서 검열에 걸리지 않고 전시가 허용되고 있다.
그동안 이 사진은 당시 AP통신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지국 소속의 사진기자 닉 우트로 알려졌고, 우트는 이듬해 WPP의 올해의 사진상뿐 아니라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지난 1월부터 뒤늦게 해당 사진의 원작자 논란이 불거졌다.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어’(통신원)는 이 사진의 촬영자가 우트가 아니라 NBC 소속 통신원인 응우옌 타인 응에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일 우트를 태우고 문제의 현장에 갔던 응에가 이 사진을 찍어 20달러를 받고 AP통신에 팔았고, 당시 AP통신은 자사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응에가 아닌 우트의 이름으로 사진을 발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AP 측은 자체 내부 조사를 통해 “이 사진을 닉 우트가 찍었을 가능성은 높고, 응에가 촬영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지만, 이 사진에 올해의 사진상을 수여했던 WPP는 다큐멘터리 주장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WPP는 약 4개월간의 자체 조사 끝에 “당일 촬영 장소와 피사체와의 거리, 사용된 카메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닉 우트보다 응우옌 타인 응에가 더 적절한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이 때문에 촬영자명을 기존 ‘닉 우트’에서 ‘원작자 논란 발생’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WPP는 촬영자명만 변경할 뿐, 상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WPP는 “사진 자체는 논란이 없으며, 20세기 주요 역사적 순간을 포착한 이 사진에 대한 우리의 수상 결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주마나 엘 제인 쿠리 WPP 대표 역시 “이 사진이 베트남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울림을 주는 역사적 순간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WPP는 실제 촬영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기 전까지는 작가 명시를 유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PP는 “이 사진의 진짜 작가가 영원히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논란이 존재함에 따라 작가 명시를 유보한 상태”라며 “이 결정은 새로운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박준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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