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당국이 인터폴 수배 대상으로 올린 러시아 위장스파이들. 뉴욕타임스·뉴시스
브라질 당국이 인터폴 수배 대상으로 올린 러시아 위장스파이들. 뉴욕타임스·뉴시스

러시아가 브라질에 최소 9명의 정보 요원을 파견해 신분을 완벽하게 위장해 온 사실이 브라질 당국의 3년에 걸친 수사로 밝혀졌다.

2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에 따르면 러시아는 브라질을 심층 위장 공작원 공장으로 삼아 스파이를 배출해 왔다. 비자 면제 대상국이 미국 못지않게 많은 브라질 여권을 획득하게 한 뒤 다른 나라에서 비밀공작으로 활동하는 스파이로 삼아 온 것이다. 이들은 브라질에서 연애·결혼을 한 뒤, 직업을 구하거나 사업을 벌이며 포르투갈에 진출해 활동했다.

그중 한 명인 아르템 슈미레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3D 프린팅 사업을 운영하면서 브라질인 여자 친구, 고양이와 함께 고급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는 ‘게르하르트 다니엘 캄푸스 비치히’라는 이름으로 브라질 출생증명서와 여권을 가진 시민으로 살고 있다가 6년간 잠복 생활 끝에 브라질 수사관들에 의해 발각됐다. 슈미레프는 위장 신분을 정교하게 구축해 여자 친구와 직장 동료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약간의 외국인 억양이 섞인 발음으로 포르투갈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외국인 억양에 대해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어린 시절 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이처럼 브라질의 수사는 고도로 훈련된 요원들을 제거하면서 러시아의 불법 공작원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브라질 수사요원들은 이른바 ‘동방작전(Operation East)을 펴면서 수백만 건에 달하는 브라질 신원 기록을 뒤져 특정 패턴을 추정했다. 결국 러시아 스파이 최소 2명이 체포됐고 나머지는 급히 러시아로 도피했다. 신분이 드러난 이들은 앞으로 해외에서 다시는 활동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편 러시아는 소련 초기 시절부터 신분 위장 요원을 꾸준히 활용해왔다. 푸틴은 2017년 한 TV 인터뷰에서 자신의 과거 삶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떠나고, 조국을 떠난 채로 삶을 조국에 바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위장 스파이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전 세계 정보기관들이 협력해 러시아의 첩보 활동을 발각하는 데 집중하면서 러시아 스파이들이 적발되기 시작했다.

정지연 기자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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