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세상에 ‘우연의 일치’는 있기 어렵다. 세상의 모든 일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과관계’에 의해 이끌린다. 인과관계의 힘은 누적돼 증폭된다.

한국전력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8만6212 GWh(기가와트시)로 전년보다 1.5% 줄었다. 2023년(-1.9%)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 경제를 덮쳤던 시기를 제외하면 사상 처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증가했다.

외부적인 충격이 특별히 없는 상황에서 산업용 전력 판매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일부 설비 운영을 중단’한 제조업체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이다. 공장을 멈추면 ‘재가동하는 데 상당한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추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공장 가동을 멈췄다는 것은 ‘경기가 곧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 수요는 전형적인 ‘파생수요’로, 경기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지표이기에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무엇이 용광로 불씨를 꺼뜨렸는가? 공급 측면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잇달아 인상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것도 전력 판매량을 감소시킨 요인이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은 네 차례나 올랐다. 한전은 공기업이기에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발전단가를 보전하는 선’에서 전기요금을 결정한다.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을 무리하게 추진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를 웅변한다.

에너지 가격은 ‘원가의 한 구성요소’에 불과하다. 원가가 오르더라도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시킬 수 있다면 경제는 돌아갈 것이고, 공장을 돌릴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순환 자체가 여의치 못하다. 수요 부족으로 경제활력이 크게 저상(沮喪)됐기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한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외 요인만으로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라 할 ‘경제활력 저하’를 설명할 수 있는가. 아니다. 대외 요인 탓으로 돌리면 우리 경제는 ‘천수답’을 벗어날 수 없다. 대외 요인은 우리의 선택이 아닌 ‘여건’이기 때문이다.

정작 제조업의 불씨를 꺼뜨린 것은 ‘각종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 4.5일 근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임금 삭감 없는 온전한 주 4.5일 근무제다. 그러면 그 추가 부담은 누구 몫인가. ‘월화수목일일일’을 시행하면 경제가 살아나 꺼진 용광로가 재점화될 것인가.

경제 분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악법이냐고 항변했다. 그런데 노조의 합법적 파업은 법으로 보호된다. 하지만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끼쳤으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것이 노란봉투법이다. 중대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굳이 CEO를 구속해야 하는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법이다. 노사관계도 ‘무기대등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노(勞)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경제활동이 제대로 영위될 수 없다. 그러니 경제활력이 떨어진다. 산업용 전력 소비 감소는 그림자일 뿐이다. 제조업 불씨를 꺼뜨린 것은 각종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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