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체육부 차장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다. 인사를 잘해야 조직도, 일도 순조롭게 풀린다는 뜻이다. 요즘 프로야구 SSG 팬들은 구단의 인사를 두고 잔뜩 뿔이 났다. SSG에서 최근 상식과 이성의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사가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SSG는 지난 2023년 비상식적인 구단 운영으로 팬들 반발을 산 김성용 단장을 사퇴시켰는데, 최근 그를 스카우트 팀장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또, 지난해 말 2군 사령탑 선임 후 논란을 일으켰던 박정태 전 감독이 올 시즌 초부터 고문으로 팀에 합류했다.
박 고문은 지난해 12월 SSG 2군 감독에 선임됐지만, 과거 음주운전 이력이 드러나면서 팬들의 저항에 부닥쳤고 결국 스스로 사퇴했다. 당시 조카이자 구단주 보좌로 실질적인 구단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추신수와의 ‘혈연관계’로 인한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문 부호가 뒤따랐다. 현재 박 고문은 단순 ‘외부 조언자’가 아닌 SSG의 월급을 받는 ‘내부 구성원’이 됐다.
돌이켜 보면, SSG에서는 2022년 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이후 어수선한 인사가 이어졌다. 우승 직후 오랜 기간 팀에 헌신했던 류선규 전 단장이 해고됐고, 김원형 감독을 계약 2년이나 남겨뒀음에도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일방적인 결별을 통보했다. 또, 2023시즌 뒤엔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 김강민이 한화로 이적해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SSG는 박 고문의 2군 사령탑 선임을 철회하면서 “KBO리그와 팬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이번에도 선임 후 논란이 예상됐지만, 인사를 밀어붙였다. 많은 SSG 팬은 구단의 약속을 공염불로 여기고 있다.
물론 프로야구단의 인사권에 대해 ‘옳다’ ‘그르다’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SSG 내부에서도 “인사엔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야구계에서는 SSG에 비상식적인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2022년 우승 후 ‘비선 실세’로 화두에 올랐던 바로 그 인물이다. 비선의 추천 앞에서는 프런트 자체가 무력해진다는데, 사실이라면 야구단은 더는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물론 SSG 구단에서는 외부 인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럴 일이 없다”고 펄쩍 뛴다. 그런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듯, 괜한 얘기가 흘러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SSG발 뜬소문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SSG 팬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혈연, 지연 등을 고리로 한 줄은 사회적으로 지양하는 분위기다. 아무리 선임 논리가 이치에 맞아도 그걸 말하는 사람이 믿음을 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야구단이 자신의 권한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정한 채 외부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공감 능력 제로와 다를 바 없다. 남의 말을 성심껏 듣고 그 말뜻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곧 소통이요, 공감이다. 현재 SSG 구단의 행보는 소통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깜깜이 인사’에 이어 ‘소통 부재’가 계속되면 신뢰를 잃고 만다. 인사를 잘못하면, 망사(亡事)의 출발점이 된다. SSG 구단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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