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자산의 대명사인 미국과 일본 국채가 동시에 발작하는 유례없는 사태가 21일 일어났다. 양국이 재정을 확대하고 감세를 추진하자 ‘채권자경단’이 채권을 투매한 것이다. 미 재무부가 입찰한 2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를 넘었고, 핵심 지표 역할을 하는 10년 국채 금리도 4.6%로 급등했다.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안 압박에 따른 후폭풍이다.
같은 날 일본의 20년 국채 금리도 2.57%로 폭등(국채값 폭락)했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소비세 인하와 거액의 적자 국채 발행을 내걸면서 ‘38년 만에 최악의 국채 파동’을 불렀다. 일본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이르고, 올해 원리금 상환에만 28조 엔(269조 원)이 들어간다. 일본은행마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으로 국채 매입을 꺼리면서 JP모건은 “엔화를 팔고 스위스 프랑으로 갈아타라”고 권고했다.
국채 쇼크는 전방위로 악영향을 미친다. 미 국채 시장은 29조 달러 규모지만, 주택담보대출·학자금대출 등도 대부분 국채 금리와 연동돼 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국채 쇼크가 부동산·소비·투자까지 위축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달러 위상이 흔들리면서 대체재인 비트코인이 하루 사이에 5.8% 치솟았다. 미국의 원화 절상 요구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1377원으로 내렸고, 관세 충격으로 5월 1∼20일 대미 수출이 14.6% 급감했다. 변동성이 극심해진 불안한 시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1일 “나랏빚이 1000조 원으로 늘었다는 등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국민에게 공짜로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우리 국가 부채는 (GDP 대비) 50%가 안 되는데, 다른 나라들은 110%가 넘는다”고도 했다. 재정 확대를 강조하는 취지이겠지만, 재정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며 재정 만능주의에 빠진 느낌이다. 재정 중독은 위험하고 재정이 공짜 점심도 아니다.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같은 부작용에다 민간 부문을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도 심각하다. 이 후보는 미·일 국채 쇼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이 어려울 때 믿을 수 있는 기둥은 건전 재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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