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P월드서 세계무대 도전 김민규
유럽서 10대 보내며 ‘신동’ 명성
KPGA 평정 후 유럽무대 재도전
공백기 기량 유지 위해 국내 투어
내달 초 네덜란드 대회 출전 예정
“몸 피곤하지만 모두 다 같은 조건
모든 무대 도전, 모든 기회 최선“

제주=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중학생이었던 14세 3개월에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달았다. 17세 64일에 유럽2부투어 최연소 우승을 했다. ‘골프신동’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었던 그는 김민규(24)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투어가 중단돼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그는 편안함을 버리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어렸을 적 주위의 높은 기대치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목표한 확고한 꿈만 바라본다. 비록 지름길은 아닐지라도 목표한 방향을 향해 오늘도 묵묵히 발을 뗐다.
유럽에서 돌아온 김민규는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장유빈과 함께 최강의 자리를 다퉜다. 결국 둘은 2024 KPGA투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와 시즌 누적 상금 1, 2위를 나눠 가졌다. 그러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해외 무대로 떠났다.
장유빈은 한국 선수 최초로 LIV 골프로 향했고, 김민규는 과거 자신이 활약했던 유럽 무대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거처를 두고 DP월드투어 일정을 소화 중인 김민규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과 US오픈 등으로 DP월드투어에 대회가 없는 틈을 타 한국에 돌아와 KPGA투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민규를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2025가 열린 제주도 서귀포의 핀크스GC에서 만났다.

골프선수의 꿈을 키우며 10대 시절을 유럽에서 보낸 김민규는 다시 DP월드투어로 향한 이유에 대해 “선수로서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프로투어 출전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한국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DP월드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골프선수로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 김민규가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2025년을 뿌리친 계기다.
이번 시즌 DP월드투어의 42개 대회는 크게 ‘오프닝 스윙’과 ‘인터내셔널 스윙’ ‘아시안 스윙’ ‘유러피언 스윙’ ‘클로징 스윙’ ‘백 나인(9)’ ‘DP월드투어 플레이오프’까지 7개 세부 시리즈로 구분된다. 유럽에 기반을 둔 DP월드투어는 5월 유럽 본토에서 연이어 대회를 여는 ‘유러피언 스윙’이 핵심 일정이다.
하지만 김민규는 연습만 소화하며 자신에게 출전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대신에 안정적으로 대회에 출전하며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하게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달 초 한국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에 출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DP월드투어 기회도 놓치지 않는다. 6월 첫째 주에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KLM 오픈(총상금 275만 달러)에 출전한다. 인천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최소 14시간이나 비행하는 강행군이다.
김민규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대회가 열리는 DP월드투어의 환경에 대해 “계속 왔다갔다 하다 보면 몸은 피곤한데 이건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다. 결국 누가 빨리 코스를 파악하고 적응하느냐의 싸움이다. 한국에서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엔 다시 DP월드투어에 집중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규는 현재까지 열린 DP월드투어 19개 대회 가운데 11개 대회에 출전했다. 최고 성적은 2월 출전했던 카타르 마스터스의 공동 8위. DP월드투어의 시즌 누적 포인트인 ‘레이스 투 두바이’에서는 102위다. 이 순위만 유지해도 현재 김민규가 DP월드투어에서 출전할 수 있는 대회보다 더 많은 대회에 출전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김민규는 10위 이내에 진입해 자신이 연습 중인 골프장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까지 출전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김민규는 “DP월드투어나 PGA투어로 갈 수 있는 기회는 과거보다 많이 열려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뻔한 말이지만 열심히 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다. 존경하는 최경주 프로님도 연습이 답이라고 하셨다. 대회도 연습도 뭐든 열심히 해서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무대에 도전하겠다.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걸었던 길에 도전할 후배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더욱 힘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나도 아직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김민규는 “골프를 잘할 수 있는 지름길은 없다.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후회 없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 후회하지 않겠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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