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곰 님의 교실에서는

정유경 글│경혜원 그림│ 천개의바람

까불고 싶은 날, 까만 밤, 파랑의 여행 등 전작에서 매번 다양한 동시를 보여준 정유경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이야기 동시집’을 표방하는 ‘바람 동시집’ 시리즈로 출간됐으며 초등교사인 화자가 학교에서 살아가는 교사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시리즈는 수록작을 이야기의 흐름을 갖춘 연작 동시로 구성하고, 모든 페이지마다 화려한 삽화를 비중 있게 실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 동시집이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그러한 편집 기획에 바탕해 등장한 화자가 초등교사라는 사실이다. 대개 동시의 화자는 어린이인 데 비해, 어른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와 함께 선생님의 일기장도 따로 실려 있어 선생님의 마음과 생각을 더 세심히 읽을 수 있다. 최근 어른 독자 대상의 책에서도 시인의 시와 산문을 나란히 수록하며 장르 관념을 벗어나는 출판 기획을 하듯 동시집 편집을 새롭게 하는 시도가 매우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보인다. 초등교사 화자여서 자칫 어른이나 선생님의 입장을 늘어놓느라 어린이가 소외되진 않았을지 하는 우려는 접어두어도 좋다. 아이들 앞에서 때론 긴장하고 서투른 모습을 솔직히 고백하는 선생님에게선 오히려 친밀함이 느껴진다. 개학을 앞두고 ‘이상한 학교의/괴상한 복도에서/기이하게 생긴 교실을 찾아’ 헤매다 ‘상어 입속 같은 교실에 들어가 있는’ 악몽을 꾸는 선생님에게, 어린이 독자는 새 학기의 긴장과 두려움을 이입할 듯하다.

무엇보다 동시집을 빛나게 하는 건 ‘나의 일은 사랑과 가르침’이라고 소박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선생님의 눈에 비친 아이들이 모두 사랑스럽다는 사실이다. ‘달콤한 곰 님의 교실’이 얼마나 달콤할 수 있는지, 어린이 독자가 읽으며 달콤한 교실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어른 독자가 읽으며 학교를 사랑하고 아껴주면 좋겠다. 108쪽, 1만4000원. 김유진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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