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

파코 칼보 지음│하인해 옮김│휴머니스트

제초작업을 하는 풀밭 옆을 지나가 보았는가. 칼날에 단면이 썰린 식물이 내뱉는 알싸한 초록의 냄새를 알 것이다. 그렇다면 이 냄새가 다친 식물이 주변의 다른 풀들에 ‘위험이 가까이 있으니 방어태세를 갖추라’고 보낸 신호라는 것도 아는가.

인지과학자이자 생물철학자인 저자 파코 칼보는 신간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에서 뇌와 뉴런 다발이 없는 식물도 특정한 사회적 지능을 지녔음을 말한다. 칼보는 “식물은 아무런 계획 없이 광합성만 하면서 삶을 이어가는 수동적 유기체가 아니다. 주변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여러 가지 실험도 소개하는데, 식물에도 ‘파블로프’(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리는 것을 반복해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하는 실험)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퍽 충격적이다. 광합성 먹이가 될 청색광을 완두콩에 비추기 전에 작은 선풍기를 먼저 튼다. 공기 흐름을 바꾼 다음 청색광을 제공하는 과정을 며칠 동안 반복하자 완두콩은 선풍기를 작동하는 것만으로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려 청색광을 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뿌리가 식물의 머리이고 녹색 부분들은 둔부로 생각해야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식물을 뿌리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는 잎들의 정적인 집합이 아닌 땅에 거꾸로 선, 지능을 지닌 유기체로 여긴다면 식물을 조금이나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368쪽, 2만2000원.

이민경 기자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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