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괴물 사기극
이산화 지음│갈매나무

네스호의 괴물, 화성인, 식인나무, 거인, 박쥐인간, 동굴인간….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류는 언제나 괴물을 상상하고 꾸며내고 믿어왔다. 과학과 이성의 시대라고 떠들어대면서도 말이다. 과학소설(SF) 작가인 저자가 동서양 문헌 자료를 수년간 탐독해 완성한 책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거나 지워진 괴물들을 생생하게 되살려 놓는다. 이들은 이제껏 수많은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의 모티프가 된 존재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괴물 이야기에 흠뻑 빠져 살았다는 저자는 괴물의 실체를 좇으며 그것이 단순히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그러면서 괴물에 대해 “우리 인간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당대 과학적 헤게모니와 역사적 이데올로기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라고 강조한다. 책은 18세기 ‘동굴인간’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을 통해 인종주의 문제를 읽어내고, 인간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 19세기 고생물학이 괴물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했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콩고의 ‘브론토사우루스’ 이야기는 어떤가. 저자는 이에 얽힌 사건들을 제국주의와 종교적 맹신이 관통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근대사에 남은 ‘괴물’이란 이름은 사기와 날조, 착각과 실수의 연대기로서 규정된다. 그렇다면 괴물은 당대 사람들의 마음과 그 형태를 만들어낸 사회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지금 가장 위험한 괴물은 뭘까. 우리 주변의 여전한 괴물은 뭘까. 책에 따르면, 괴물은 외형과 수단을 달리하고, 어느 시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게 어떤 모습이든, 아마도 그것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와 같은 SNS를 타고 종횡무진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을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올라가는 인류의 탐욕을 자양분 삼아,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것이다. 512쪽, 3만 원.
박동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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