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는 양쪽의 군인이 마주치는 전선에서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전선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곳에 전선을 형성하려면 하늘을 통해 군인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대를 공중(空中)으로 수송(輸送)해서 투입한다는 의미의 공수부대(空輸部隊)라고 부른다. 그런데 수많은 요리 관련 프로그램은 물론 우리의 일상에도 공수부대가 투입되곤 한다. 먼 곳에서 빠르게 재료를 가져왔으면 어김없이 ‘공수’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식재료의 생명은 신선도이니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가능하면 빠르게 옮기는 것이 생명이다. 그래서 현지의 밭에서 낮 동안 뽑은 배추는 트럭 위에서 밤새 길을 재촉해 다음 날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매대에 오른다. 바다에서 갓 잡은 횟감은 가능한 한 빨리 산 채로 항구에 옮겨진 뒤 활어 운반용 수조차에 실려 시장과 횟집으로 배달된다. 이 트럭과 수조차가 아무리 빨라도 길 위를 달릴 수밖에 없으니 이 방식은 ‘공수’가 아닌 ‘육송(陸送)’일 뿐이다.

신선도가 높은 식재료는 고가에 팔 수 있어 꽤나 비싼 항공료를 지불해도 수지가 맞을 때야 비로소 공수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노르웨이의 연어, 러시아의 킹크랩, 그리고 열대 과일들이나 비행기를 타는 호사를 누린다. 반면에 가장 느린 해상운송은 냉동을 비롯한 특별한 저장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요즘은 그저 ‘공수’라 표현한다. 이 말을 쓰는 이가 공수의 뜻을 몰라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먼 곳에서 최대한 빨리 재료를 조달했다는, 그래서 싱싱한 상태인 것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법일 때가 더 많다. 본래 틀린 말이더라도 쓰임이 잦아져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새 맞는 말처럼 쓰이기도 한다. 요즘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공수란 말은 이미 그리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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