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이른바 ‘호텔 경제학’이 갈수록 가관이다. 18일 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괴짜 경제학” “무한 동력이냐”는 십자포화를 맞아 비틀거렸다. 한계소비성향이 ‘1’이 돼야 한다는 지적에 “너무 극단적” “단편적인 생각”이라며 역공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후가 더 문제다. “경제는 순환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며 꼬리를 내릴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정면 대결을 선택했다. 20일에는 “‘승수효과’를 모르면 바보”라며 굽히지 않았다. 21일에는 “(호텔 경제학을) 이해 못 한다면 바보이고, 곡해하는 것이라면 나쁜 사람”이라는 독설을 날렸다.

대선에 때아닌 경제학 논쟁이 붙었다. 하지만 ‘호텔 경제학’은 2017년에 ‘사이비’로 정리된 지 오래다. 당시 이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맞서 인터넷에 밈까지 올렸으나 줄기차게 ‘까였다’. 경제학자들은 애초 투입한 10만 원과 동일한 금액의 소비가 거듭된다는 가정 자체가 케인스의 ‘승수이론’에서 벗어난 것이라 했다. 소비자들이 번 돈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일부는 저축하기 때문에 ‘한계 소비 성향=1’도 비현실적 가정이라 비판했다. 거꾸로, 호텔 예약이 취소되면 반대 방향으로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는 비난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단순화시킨 그림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케인스 재정정책과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 투입과 비슷한 아이디어”라고 선을 그었다. 친문 진영에서조차 “무한동력 창조경제”라 비아냥거리자 이재명 캠프는 당황했다. 결국, “비전공자인 지지자가 가볍게 그린 그림까지 정색해서 이론적으로 따지는 건 지나치다”며 물러섰다. 그렇게 없던 일이 됐던 ‘호텔 경제학’이 다시 무덤에서 돌아온 것이다.

재정 만능주의는 위험하다. 재정 승수효과도 2014년 0.8에서 최근 0.4로 떨어졌다. 민주당 대선 캠프도 호텔 경제학 역풍에 “짜장면 경제학이든 치킨 경제학이든 경기 진작이 핵심”이라며 열심히 물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 입에선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건 무식한 소리”라는 등 더 거친 표현들이 쏟아지고 있다. 호텔 경제학이 이 후보 대선 가도에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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