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시행되면서 우리의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대미 수출은 4월 6.8%에 이어 5월 1∼20일엔 14.6%나 감소했다. 대중국 수출도 7.2%가 줄었다. 특히, 25% 관세가 부과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수출 감소는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한·미 통상 협상에서 미국이 원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서 향후 수출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감소와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한 정책 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먼저, 통상 당국은 적극적인 대미 협상으로 주요 수출 품목의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늘어난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책 당국은 대미 수출을 줄이기보다는 에너지와 농축산물 등 대미 수입을 늘려서 흑자 폭을 줄여야 한다. 또한, 대미 수입 비중이 작은 품목의 비관세장벽은 과감히 철폐하고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와 반도체 관세율을 낮추는 데 주력해 대미 수출 감소를 막아야 한다.

원화 환율 조정에 신중해야 한다. 미국은 관세를 낮추는 대신 원화 평가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부과는 미국의 물가를 높이고 미 수입업자가 이를 부담하지만, 원화 절상은 한국의 수출업자가 이윤을 줄여 대응하므로 미국의 수입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화의 과도한 평가절상은 우리 수출을 줄여 경기침체와 성장률 둔화를 불러온다. 1985년 플라자합의 때도 미국은 관세를 내리는 대신 엔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했고, 그 결과 일본 경제는 수출 감소와 부동산 버블 붕괴로 30년 장기 침체에 빠졌었다. 비록 원화 환율의 하락은 수입물가를 낮추는 이득이 있지만, 수출 감소와 경기침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협상 당국은 미국의 과도한 환율 인하 요구를 경계해야 한다.

내수 진작으로 수출 감소 충격을 흡수하고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고금리로 인한 내수침체에 수출 감소까지 이어질 경우 성장률이 급격히 둔해지면서 금융 부실과 기업 도산이 늘어나고 부동산 버블 붕괴도 우려된다. 금융위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정책 당국은 하반기에 2차 추경으로 재정 지출을 한시적으로 늘리고 금리 인하로 내수를 살려 수출 감소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조세 지원은 미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감시로 쉽지 않다. 하지만 수출보험을 비롯한 금융 지원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선 후보들의 통상정책 또한 중요하다.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앞으로 어떤 통상정책이 수립될지 불확실하면 무역이 위축되고 금융시장에서 변동성도 커지게 된다. 대선 후보 정책팀은 미국 관세정책은 물론 저성장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통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면 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수출·투자가 늘어나 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미래 비전 또한 밝아질 수 있다. 지금은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수출 감소와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한 정책 당국과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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