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사법권의 독립이 법원 안팎에서 도전받고 있다. 안으로는 판사들의 자율적 회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며 혼란을 부추긴다. 오는 26일 열리는 이 회의는 안건의 작성 및 공개부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지난 20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제외하고 주로 재판 독립에 관한 내용을 다룰 것으로 발표했으나, 판사들에게 회람된 자료에서는 이 후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안건으로 다룰 것임을 밝히고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5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 정족수는 채웠으나, 회의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굳이 법관대표회의를 대통령 선거를 불과 8일 앞두고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법원 밖에서는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을 심리하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사법부의 신뢰성에 타격을 가하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독립적이어야 할 검찰도 법원과 마찬가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이재명 후보를 수사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6월 2일 사직하겠다는 사표를 함께 제출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5일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 됐으나, 지난 3월 3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 결정을 받고 업무에 복귀했었다. 두 사람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를 수사했던 검사들을 감찰하고 수사해서 응징할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으로 알려진다.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 하도록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제103조) 따라서 법관의 구체적 사건에 관한 재판에 대해서는 소속 법원장이나 대법원장을 비롯한 그 누구도 지시하거나 감독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대법관 절대다수가 찬성해서 판결한 사건에 대해서 일선 법원의 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러한 행동이 과연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어떠한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3부(三府) 중에서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취약한 조직이다. 이러한 사법부가 입법부나 행정부에 대항해 스스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기초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사법부에서는 일부 구성원이 정치적 이념과 성향을 중심으로 조직적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그것이 전 국민적 사법 불신을 초래해 종국적으로는 사법부 구성원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 일은 복잡하지 않다. 법관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법부의 노력과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 달려 있다. 검찰이 가야 할 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수사와 기소를 통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전국법관회의가 사법의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사법의 정치화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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