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기 워싱턴 특파원
미국 민주당의 진보적이고 젊은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줄여서 AOC라 부른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AOC처럼 공화당에도 약자가 더 익숙한 정치인이 있다. MTG, 조지아주 연방하원의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다. 그 역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직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졌음에도 ‘트럼프가 이겼다’는 마스크를 끼고 의회에 처음 등장했고, 1·6 의회 폭동 사태 때는 시위대가 트럼프 지지자들이 아닌 ‘안티’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가톨릭이 미국에 난민과 이민자를 침투시켜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을 때 SNS에 “신의 손에 악이 패배했다”고 썼다. 그녀의 극우 성향 어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오죽하면 공화당에서 그의 상임위 활동을 막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3선에 성공했다.
MTG만큼이나 다채로운 어록을 보유한 로런 보버트 연방하원의원은 1·6 의회 폭동 사태를 두고 ‘미국 독립전쟁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때 민주당 주 정부의 강제명령에 맞서 ‘뜬’ 그는 이슬람 출신 민주당 의원을 향해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다. 민주당 세가 강한 콜로라도주에서 재선·3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상대적으로 공화당 세가 강한 지역구로 옮기며 여유 있게 3선 의원이 됐다. 연방상원의원엔 미주리주 출신 조시 홀리가 있다. 폭동 날 무책임하게 폭도들을 격려하며 의회에 들어섰던 그는 폭동 사태에 대해 “여러분이 미국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4년을 거치며 공화당의 역사를 지켜온 정통 보수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트럼피즘,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주의에 젖은 이들이 차지했다.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당내 선명한 논쟁과 갈등 구조가 있었지만, 어느새 정리됐다. 강성 지지층의 적극적 참여로 ‘예선’(공화당 내 경선)부터 합리적 성향의 인사가 줄줄이 낙마하고 그 자리는 이 같은 상황에 순응한 이들이 채운다. 그렇게 공화당은 보다 오른쪽으로 향하고, 당내 이견은 사라지고 있다. MTG의 거친 입은 그대로지만, 초선 때는 언론과 대중의 비판에 당이 그에게 재갈을 물린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확성기를 쥐여줬다.
점진적 변화는 1·6 의회 폭동 사태를 겪으며 극적으로 증폭됐다. 당의 다수가 헌법과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범죄에 눈감게 되자, 의회 폭동에 반대했던 이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MTG, 보버트, 홀리 의원처럼 대중을 선동했던 이들이 차지했다. 폭동 사태 직후 이미 퇴임한 트럼프 탄핵이 의미 없다며 부결시켰던 공화당의 의원님들은 1년 뒤엔 지지층의 등쌀에 못 이겨 트럼프가 둥지를 튼 마러라고를 찾아 머리를 조아렸다. 국민의힘은 어떤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계엄 선포와 진정 결별하고 있는가. 대선 참패 뒤 민주당 정권의 횡포에 맞서야 한다는 명분으로 어영부영 뭉개고 가면, 1년 뒤·5년 뒤 국민의힘은 어떻게 될까. 공화당은 다시 권력을 잡았다고? 그나마 공화당엔 트럼프가 있고, 민주당에 버금가는 의회 권력·여전히 해볼 만한 선거제도와 인종·지역별 유권자 구성비를 갖고 있었지만, 국민의힘엔 뭐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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