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헌법재판소와 함께 사법부를 이루는 양대 최고법원으로 일부 헌법재판을 제외하고는 모든 종류의 사건을 최종 판단한다. 상고·재항고 사건과 명령·규칙·처분 등의 최종적인 심사 권한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 선거 소송 등은 대법원에서만 단심으로 판단(헌법 제107조)하기도 한다. 사실상 모든 법률의 해석권을 가진 만큼 대법관은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법원 등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임명이 가능하다. 1948년 제헌 의회에서 조차 대법관은 법관·검사·변호사 등의 10년 이상 경력자로 한정한 것도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14명인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고 그중에 최대 10명을 판사·검사·변호사 경력이 없는 비법조인으로 임명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법원조직법(제42조)은 대법관의 자격을 기본적으로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법원·검찰·법학대학 등에서 20년 이상 일한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은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란 자격을 추가했다. 극단적인 경우 ‘유시민’ ‘김어준’ 같은 친민주당 인사나 시민단체 활동가도 대법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매년 4만 건 이상 소송이 몰리는 대법원의 업무 부담 가중으로 인한 재판 지연 해소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 탄핵, 특검 수사 등 사법부에 대한 공격 와중에 나온 점에서 순수성이 의심된다.

대다수의 국가에서 대법관은 법조인으로 제한되고, 시민들의 재판 참여는 배심원제도(1심)로 보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나 헝가리 등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을 늘린 사례는 있다. 대법관을 2배 이상 증원하고 3분의 1을 비법조인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사법체계를 근본부터 뒤집어 법치주의를 허물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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