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선, 무제 P007, 100×80㎝, 한지에 먹, 2019.
백원선, 무제 P007, 100×80㎝, 한지에 먹, 2019.

“영화에 필요한 것은 여자와 총이 전부다.” 거장 장뤼크 고다르의 이 말은 냉소적으로 들리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각-기억에는 많은 색이 필요치 않다는 것으로도 들리며, 은유와 상징을 역설하고 있는 것으로도 들린다. 이에 호응하여 화가 백원선도 운을 띄운다. “그림에는 먹과 종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작가의 오랜 작업을 보면 먹과 종이(한지)가 전부다. 물론 그는 서양화가지만, 그 물성이 어떻게 감성에 호소력과 심미적 보편성을 갖는지를 입증하고자 한다. 특히, ‘암중모색’으로 묶인 근작들에서 침묵의 아이러니를 증폭시키고 있다. 블러(blur)에 의한 차단보다는 짙은 검정 띠가 더 소통적이다.

검정 띠와 흰 틈새들이 반복되면서 결을 이루는 감각적인 구성이 부각된다. 허다한 말씀들 혹은 텍스트들이 강제로 삭제된 상황으로 지각될 수 있다. 물론 틈새로 삐져나온 문자의 파편들은 일정한 거리가 확보되면 심미적, 감각적 기능을 한다. 원근에 따른 두 개의 트랙, 세계도 화면도 ‘절대’란 없음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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