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긴 어렵다. 그 토끼들이 각자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기라도 한다면 우물쭈물하는 새 둘 다 놓치기 쉽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외교·안보 공약에는 반대편 토끼 두 마리를 모두 잡겠다는 의욕만 가득하고, 실제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에 대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북한 인권과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면서도 남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이 내정 간섭과 결부하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요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기 재임 시절 미·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자 북한인권특사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는 등 조심했다. 또 핵무력은 김씨 일가의 정권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북한이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고 벼르는 요소다.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 남북은 별개의 두 국가라고 선포하며 남북 간 소통채널을 모두 끊어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발작 포인트’를 건드리면서 어떻게 남북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방안을 미국과 합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과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사실상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바 있다. NPT는 핵무기를 지니지 않은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양도받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이다. 한국 내 핵무장론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는 ‘미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방침도 지난 4월 결국 시행돼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익에 부합한다면 두 마리 토끼라도 쫓아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명과 후금을 모두 챙겨 혼란을 막은 광해군의 중립외교 사례가 있다. 다만 지도자가 유권자에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약속하려면 어떻게 잡을 건지 구체적인 마스터플랜도 제시해야 한다.
권승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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