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업포럼 2025 - 2세션 : ‘무역전쟁 격랑 속 AI 패권경쟁’ 패널토론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
혁신 생태계 파트너 자리해야”
“트럼프 등장으로 안미경중 끝
미·중 모두 협력 변칙의 시대”
“韓, R&D에 너무 긴 시간 소요
새 정부 과감한 규제혁파 필요”

‘연미협중(聯美協中·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협력) vs 명미실중(名美實中·명분은 미국, 실리는 중국)’
미·중 무역전쟁 파고를 뚫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국의 미·중 관계 설정을 두고 전문가들 의견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는 ‘연미협중’ 전략과, 명분은 미국을 따르되 실익은 중국에서 챙기는 ‘명미실중’으로 크게 엇갈렸다. 다만,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인 AI 분야에는 전례 없는 수준의 압도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문화일보가 27일 ‘무역전쟁과 국가 생존전략’을 주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문화산업포럼 2025’ 두 번째 세션 패널토론에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의 소위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은 사실상 끝났다”며 “기술을 뺏을 수 있으면 뺏고, 훔칠 수 있으면 훔치고, 살 수 있으면 사는 ‘변칙의 시대’에는 중국과 미국 모두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특히 한중 관계는 서로의 이익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과는 명목적으로 잘 지내면서도 경제적 실리는 중국에서 챙기는 ‘명미실중’이 새 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배하면서 자국 기업에 대한 엄청난 보조금을 주고 기술 강제 이전, 산업 스파이 양성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어렵게 쌓아온 지식과 정보를 탈취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으로서 미국이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에 파트너로 자리 잡는 ‘연미협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영달 한국경영학회 전 부회장도 “반도체·배터리·AI 등 미래 산업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차세대 글로벌 기술표준에 우리가 어떻게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미실중보다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어떻게 산업 주권 동맹을 맺을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과감한 규제 혁파와 기술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사업 과제 선정부터 정부가 개입해 너무 긴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쌓아온 AI 기술을 산업적으로 확장하는 ‘틈새 전략’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무 서울대 석좌교수는 “정부 예산의 30% 이상을 투입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만들었듯 앞으로 AI 분야에 최소 200조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AI 기술패권 시대에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인재와 R&D 부족, 그리고 컨트롤타워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준 기자, 이예린 기자,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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